건설업체 연쇄부도로 인한 입주자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분양보증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현재 유일한 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이 부실투성이여서 제기능을 못하는 것이 우선 문제다.

현재 자본금(1조4천억)을 완전히 잠식하고도 추가부실이 1조1천억원에 달한 상태다.

정부는 2조원을 추가 출자해서 정상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민간아파트 분양보증은 공백상태나 다름없다.

앞으로 정부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보증제도의 운영을 수술하지않는 한 대한주택보증의 추가부실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촉법에 따라 2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지으려면 대한주택보증에서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분양업체에 대한 ''검증''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행해지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아파트분양업체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도 보증회원사라는 이유로 분양보증을 요구할 경우 대한주택보증은 거절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대한주택보증의 부실을 방지하고 분양보증 기능을 정상화시키려면 대한주택보증이 부실한 건설업체의 분양보증을 거절할 수 있는 심사기능과 선별보증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파트분양대금이 거액이고 대부분의 입주예정자들이 은행융자를 얻어 아파트를 분양받은 현실에서 한달만 입주가 지연돼도 개인파산에 이를 수 있는다는 점을 들어 대한주택보증의 전문성과 업무처리능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양보증을 해준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을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는 ''환급''으로 갈 것인지, 새 시공사를 선정해서 공사를 마무리할 것인지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수 있다.

또 아파트 업체들의 할인유혹에 빠져 중도금을 앞당겨 낸 경우 업체가 망해서 ''환급''이 이뤄지더라도 선납중도금은 되돌려받지 못하게 돼 있는 보증약관 등도 고쳐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장기적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아파트건설자금이 조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견해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건설업체가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건설사업 계획을 제시해 필요한 자금을 끌어모은 뒤 해당 건설사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팔아서 금융기관 빚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로선 은행의 자금력과 공신력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어 지금보다는 소비자피해가 덜하다는 것.

이 방식을 통하면 건설업체가 내놓은 사업 계획의 위험성과 수익성을 전문 인력들이 평가하고 뜻밖의 부도 등이 발생하면 은행이 책임을 지므로 입주 예정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방식으로만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시중금리를 판단기준으로 삼아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금리가 낮으면 선분양 방식을, 금리가 높으면 후분양 방식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자리잡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건설업체가 내놓는 사업 계획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사업성 분석기관과 분석틀이 있어야 한다.

사업성 분석기관은 무엇보다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건설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대한주택보증을 정상화시켜 이를 사업성 분석기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