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 살림살이가 여간 어려울 것같지 않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입은 많이 늘어나지 못하면서 세출요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각 부처에 시달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그같은 정부의 고충이 잘 나타나 있다.

신규사업을 최대한 억제하고,인건비 등을 금년수준으로 동결하는 동시에 주요사업비 증가율도 금년대비 10%이내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부처가 어느정도 수용할지는 의문이지만 예산당국의 그같은 긴축의지가 실제 편성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내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어 더욱 염려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에 따른 선심성 예산집행 등의 여지가 크다는 점은 그간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예산안 편성지침의 긴축의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실제 편성과정에서 약화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돈이라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따져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가 처한 경제현실을 감안해 정책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을 배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당면한 경기침체에 대한 처방은 물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복지재정지출의 증가율이 전체 예산증가율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더욱 그런 우려를 낳게 한다.

사실 우리 재정은 구조적으로 지출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경직성이 무척 심한 편이어서 재정운용의 최대 애로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전년답습식 예산편성으로 인해 경직성이 심화되고 낭비요인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 점 또한 아쉬운 점이다.

예산운용의 신축성 부여와 집행책임 강화란 측면에서 보면 총액계상 예산사업의 축소등은 오히려 후퇴하는 방향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어쨌든 내년도 재정운용은 지출요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세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가 약속한 2003년 균형재정 복귀의 달성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예산당국은 어느해 보다 긴축의지를 다지고 이를 뒷받침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