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증시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 경제 전체에도 희미하나마 빛이 보이고 있다.

일부 경기지표들이 예상외로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발표된 3월 미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회복 신호로 해석될 정도로 좋아졌다.

물론 아직은 경기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더 많아 경기회복론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나 침체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고개 드는 청신호들 =주로 소비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향후 6개월동안 일반 국민들의 소비의욕을 미리 보여주는 소비자신뢰지수는 3월에 117.0을 기록, 지난 2월(109.2)보다 크게 높아졌다.

6개월만의 첫 상승이었다.

당초 예상치는 105였다.

예상을 뛰어넘은 이 지수는 미 소비자들이 증시 침체와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에도 불구하고 경제 앞날을 어둡게 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 지수는 민간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가 매달 전국의 5천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지출계획 취업전망 등 12개 항목을 조사해 산출한다.

월가 투자은행인 퍼스트유니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오르는 "소비자신뢰지수 호전은 경기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초까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던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지표라고 반겼다.

최근 발표된 주택 및 자동차 판매동향도 미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2월 중 기존주택 판매량은 연율로 5백20만채로 지난 99년의 사상 최고기록과 맞먹었다.

현 1.4분기(1~3월)의 자동차 판매량은 연율로 1천7백만대에 달해 작년 4?4분기(1천6백30만대)보다 많다.

◇ 더 많은 적신호들 =소비 측면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지만 생산 측면에선 경기악화 지표들이 단연 우세하다.

무엇보다 제조업 경기를 대변하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지수가 경기확장 및 위축의 기준점(50)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지난 2월 NAPM 지수는 41.9로 제조업 활동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6% 감소, 5개월 연속 줄었다.

경기선행지수도 2월에 0.2% 떨어졌다.

첨단 기업들의 재고도 급증, 경제가 침체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우량 업체들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인텔의 재고가 지난 1년간 각각 87% 및 51% 급증, 감원과 투자 축소를 낳고 있다.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게리 숄즈버그는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전체 경제회복은 어렵다"며 한두개 지표가 호전됐다고 경기바닥론을 들먹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통신도 28일 월가 전문가들의 종합의견을 토대로 1.4분기 성장률이 0.8%를 기록, 미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려했던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과거에 비해서는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밝아졌다.

이정훈 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