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복지부장관이 의보재정 충당용 목적세 신설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현재로서는 정부방침이라기 보다는 김 장관 개인생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가 의보재정 대책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무장관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흘려들을 말은 아닌 것 같다.

만일 그가 시사한대로 건강 목적세를 신설해 의보재정 파탄을 막으려 한다면 이는 한마디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낭비적 의료전달 체계를 수술하고 보험의 수급구조를 뜯어 고쳐 수지균형을 달성하기 보다는 목적세를 신설해 해결하려는 안이한 발상을 주무장관이 하고 있다는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목적세는 재정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낭비를 초래하기 십상이어서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나 도입돼야 할 제도다.

그런데도 그동안 교육세 교통세 방위세 농특세다 해서 문제만 생기면 목적세가 남발돼 왔다.

정부 스스로도 목적세 남발에 따른 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축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부처이기주의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게 있는 목적세도 못 줄이고 있는 마당에 목적세 신설문제를 재정당국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불쑥 들고 나오는 것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정부는 국고지원이니 목적세니 하는 미봉책으로 재정위기를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의보재정이 지속 가능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의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국고보조금의 조기배정과 금융기관 차입 같은 응급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낭비적 의료전달 체계와 획일적 의료보험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의보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전국민과 의약계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의료제도를 고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재정위기의 상당부분이 잘못된 의료보험 제도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제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사소한 질병으로 의료기관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보험료를 내도록 돼 있는 한 과잉진료를 막을 길이 없다.

아울러 획일적 공보험 체제로는 다양한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질의 하향 평준화만 초래할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저소득층 보호를 전제로 급여액에 따른 보험료 차등부과,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사보험과 같은 시장친화적 제도도입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