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의 생산분리 열풍은 제조업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21세기 제조업 전략"이다.

일본은 20세기 후반을 "세계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일본 제조업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쫓기고,연구개발로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에 뒤쳐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진퇴양난에서 공장은 전문화를 통해 효율성은 높이고,본사는 연구개발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역량을 집중시키자는 뜻이 생산분리전략에 담겨있다.

<>신 제조업 전략=일본 제조업의 우위는 "기술"에 있다.

저임을 앞세운 중국과 동남아에 밀려 가격경쟁력은 잃었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첨단 전자제품의 전세계 제조기지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생산과잉,가격하락등으로 일본 전자업체들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하청생산 전문업체로 전환함으로써 공장의 자산효율성을 높여 공장폐쇄와 감원을 최소화해보자는 뜻도 있다.

NEC는 "하청 공장화는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라고까지 말했다.

<>다기능 공장화=여러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려면 다기능 공장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하다.

한 설비에서 똑같은 제품을 쏟아내는 경직된 대량생산 체제로는 하청전문공장으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다.

소니의 13개 공장이 독립해 4월1일 출범하게 될 "소니 EMCS AV/IT"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공장은 생산라인을 유연한 시스템으로 혁신,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전세계 가전업계는 생산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급이 딸려 못파는 히트상품도 있다.

다품종 생산을 하면 시장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부품을 자체개발한다는 것도 이 공장의 경쟁력이다.

외부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하청공장으로 재탄생한 일본 가전공장들은 부품개발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물류,아프터서비스까지 담당한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기능 공장인 셈이다.

<>M&A위협=세계 최대의 전자하청 생산업체인 솔렉트론을 필두로 미국 기업들이 일본의 공장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생산분리 열풍의 요인이다.

일본의 전자제품 생산은 전세계 30~40%를 점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 전자하청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일본의 전자공장을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여왔다.

실제로 소니,NEC등 일본 전자업체들은 최근 해외공장들을 솔렉트론등 해외 하청업체들에 매각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공장을 하청생산 전문화해 이런 M&A공세를 막아내자는 속셈이다.

<>떠오르는 전자하청생산업=전자하청생산업은 독자 브랜드를 가지지 않고 여러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전자제품을 위탁생산해주는 일.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지난 1999년에는 7백40억달러 수준이었던 전세계 시장규모는 2003년에 2배이상인 1천4백9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등 유망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