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quest landing clearance(착륙허가 바랍니다)"

"Cleared to land(착륙해도 좋습니다)"

29일 새벽 4시40분.

방콕에서 승객 2백45명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의 OZ3423편이 오산상공에 나타나자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에 역사적인 첫 교신이 이뤄졌다.

이윽고 5분후 인천상공에 첫 착륙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굿모닝,인천.내려간다" 순간 관제탑에 긴장감이 흘렀다.

5,4,3,2,1 드디어 첫 착륙기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관제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장섭 건설교통부장관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7조8천억원을 들여 8년4개월간의 공사끝에 이뤄진 개항.

드디어 첫 착륙이 성공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첫날 표정은 이처럼 긴장과 환호의 연속이었다.

인천공항은 그간의 온갖 우려를 씻기라도 하듯 모든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됐다.

체크인카운터에서 수하물처리 공안검색대 등을 거쳐 출국하는데 약 50분이 걸려 당초 예상했던 45분 소요와 거의 비슷했다.

입국에도 20∼30분 걸려 비교적 양호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공항고속도로는 아무런 사고없이 시속 1백㎞로 시원스레 달렸고 여객터미널도 외국항공사의 수하물처리에 장애가 발생한 것외엔 이렇다할 문제가 없었다.

○…오전 8시30분발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KE621편(기장 고종만·41)을 이용하려는 승객들은 인천공항길이 처음인 탓인지 대부분 2시간가량 일찍 도착해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탑승을 기다렸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마닐라에 간다는 최명희(34)씨는 "우려한 만큼 길이 막히지 않아 공항에서 기다렸다"며 "시설이 좋은데 놀랐다"고 말했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는 유영성(45)씨는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방화대교까지 온 뒤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해 왔다"며 "새벽길이라서 그런지 1시간40분만에 도착해 많이 기다렸다"고 말했다.

○…첫 이륙여객기는 대한항공 KE621편(기장 고종만)이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 승객 2백78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관제탑의 이륙허가에 따라 필리핀 마닐라를 향해 활주로를 박차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첫 비행기가 착륙한지 3시간 50여분만이었다.

○…이날 첫 출국은 출발시간을 1시간 이상 앞두고 3층 출국장으로 탑승객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김포공항과 완전히 다른 시설에 압도되면서도 첫 출국자라는 기쁨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출국자들은 호텔급 마감재를 사용한 화장실을 이용한 뒤 "시설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화장실 한쪽에 유아의 기저귀를 갈아 끼워주는 베이비시터가 있어 유아를 동반한 출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첫 착륙기인 아시아나항공 OZ3423편의 노은상 기장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역사적인 첫 착륙 소감을 밝혔다.

비행시간 7천7백40시간의 베테랑 조종사인 노 기장은 "개항후 최초의 기장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며 "아무도 오르지 않은 산을 처음 등산하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항공기를 착륙시켰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