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NEC, 후지쓰 등 일본의 전자업체들이 본사조직에서 제조공장을 떼어내는 "생산분리" 전략에 나서고 있다.

분사된 공장들은 본사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주는 "하청생산 전문공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효율성 한계에 부딪친 공장을 떼어내고 본사를 연구개발, 마케팅및 일부 최첨단 제품생산만 전담하는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쇄신하겠다는 전략이다.

<> 생산분리 바람 =NEC는 29일 반도체 공장을 제외한 17개 공장중 5~7개 공장을 분사해 전자제품 생산및 아프터서비스를 전담하는 아웃소싱(하청생산) 공장으로 독립시킨다고 발표했다.

NEC는 오는 2003년께 이들 공장을 분사할 방침이다.

또 채산성이 낮은 5개 공장은 매각하거나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NEC는 나머지 5~7개 공장만을 본사직속으로 운영하되 연구개발과 수익률이 높은 제품만 생산하는 공장으로 특화한다는 전략이다.

후지쓰도 이날 서버와 메인 프레임을 생산하는 6개 공장을 올 상반기중 3개로 통합, 아웃소싱 공장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말에는 소니가 13개공장을 떼내 아웃소싱 공장화하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 계획에 따라 공장 통합법인인 "소니 EMCS AV/IT"가 4월1일 공식 출범한다.

마쓰시타도 지난해말 국내 1백33개 공장을 30곳으로 통폐합한뒤 일부 공장을 아웃소싱 전용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 신제조업 전략 =일본 전자업계가 이처럼 생산분리에 나서는 것은 제조업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21세기 제조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20세기 후반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제조업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에 쫓기고, 연구개발로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에 뒤쳐지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공장은 전문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본사는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역량을 집중시킴으로써 현재의 진퇴양난에서 벗어나자는게 생산분리의 의도다.

<> 다기능 공장화 =여러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려면 다기능 공장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하다.

한 설비에서 똑같은 제품을 쏟아내는 경직된 대량생산 체제로는 하청전문공장으로의 변신이 불가능하다.

소니의 13개 공장이 독립해 4월1일 출범하게 될 "소니 EMCS AV/IT"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공장은 생산라인을 유연한 시스템으로 혁신,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청공장화 되는 일본 전자공장들은 부품의 자체개발 능력도 갖추고 있다.

외부에서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또 단순한 제품생산뿐 아니라 원자재 조달, 물류, 아프터서비스까지 담당한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기능 공장인 셈이다.

<> M&A 위협 =세계 최대의 전자하청 생산업체인 솔렉트론을 필두로 미국 기업들이 일본의 공장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생산분리 열풍의 요인이다.

일본은 전세계 전자제품 생산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전자하청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일본 공장을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여 왔다.

일본업계의 이번 움직임은 자발적인 하청공장화로 이런 M&A 공세를 막아내 보자는 선제적인 제스처이기도 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