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새벽 열린 미국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본 골퍼들은 진기한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비제이 싱은 소그래스TPC 16번홀(파5) 그린을 막 벗어난 러프에서 퍼터로 이글을 노획했는데 그때 그는 퍼터페이스가 아니라 퍼터의 ''토''(헤드 앞끝)로 쳐서 볼을 5m 거리의 홀에 집어넣었다.

일반적 인 퍼팅을 할 때와 달리 퍼터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틀어서 헤드끝으로 스트로크를 한 것.

싱은 경기 후 "연습을 많이 해본 샷이었으나 대회에서는 처음 써먹었다"고 밝혔다.

또 볼이 프린지와 러프 사이에 멈추어 있었던 그 상황에서 샌드웨지를 썼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날 싱과 우승다툼을 벌였던 타이거 우즈도 그린 주변 러프에서 스푼칩샷을 자주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싱과 우즈의 이같은 ''비상식적'' 클럽 선택과 스트로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골프는 상상력의 게임이고 누가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스코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볼이 나무 옆에 멈추어 정상적 스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런 경우 무조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타 손해를 감수하지는 않았는가.

왼손 스윙이나 목표지점을 등지고 클럽페이스가 뒤를 향하게 한 채 스윙을 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국내외에서 골프대회가 한창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물론 자신의 ''골프 상상력''을 넓혀주는 밑천이 될 수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