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성전환자)가 등장한 화장품 CF가 화제다.

섹시하면서도 왠지 묘한 분위기의 모델에게 눈길을 줬던 사람들은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공개된 후 강펀치를 한방 먹은 것처럼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부터 "전혀 몰랐다""모델로 그런 사람을 출연시켜도 되느냐" 등.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 이후 불거진 ''또 다른 성(性)''에 대한 논쟁은 이번 트랜스젠더 모델의 출현으로 다시 한번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패션계만큼 게이즘(gayism)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분야도 없다.

오래전부터 패션계는 게이즘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패션 산업을 움직이는 주역인 해외 남자 디자이너들 중 대부분이 게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파리 밀라노 등 패션도시의 카페나 술집에 가면 다정한 동성 디자이너커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모델 포토그래퍼 메이크업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스태프중 상당수가 게이다.

그들은 게이가 아닌 사람은 발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결속력을 자랑하며 패션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트렌드적인 측면에서도 게이즘은 중요한 주제다.

1900년을 전후해 여성 패션에 남성복의 요소가 도입됐고 60년대 중반부터는 남성 패션에 여성복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70년대의 유니섹스 모드나 헤마프로디티즘 룩(Hermaphroditism Look),80년대의 앤드로지너스 룩(Androgynous Look)등 성을 주제로 한 트렌드는 끊임없이 등장해 왔다.

패션계에서의 게이즘은 해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80년대 복고풍의 부상과 함께 양성 혹은 중성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앤드로지너스 룩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광고에서 게이즘을 묘사하는 강도도 높아졌다.

두 여성 모델이 서로 엉켜있는 크리스찬디올 광고나 구치 광고,남자 두명이 입맞추고 있는 돌체에가바나 광고 등은 노골적으로 게이즘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광고를 보고 세상이 망할 징조라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첨단 패션 트렌드가 당당하게 게이즘을 표방하고 있는 지금,남녀의 성에 관한 고정관념은 반드시 강요돼야 하는 사고는 아닌 듯 하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