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은 경기주기 성격상 1930년대의 대공황기 초반부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5~26일 이틀간 중국 국무원 소속 연구원인 중국연구발전중심(DRC)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중국개발포럼"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의 미국 경기둔화는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자산가격이 조정돼 초래된 것"이라며 "이는 대공황기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반화돼 온 "호황->물가 상승->긴축 재정->경기 둔화"라는 경기 사이클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그러나 "대공황기처럼 미국의 경제시스템 전체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의 자산가격 거품은 기술주 분야에 국한됐던 만큼 거의 전분야에 걸쳐 포말이 팽배했던 30년대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미국정부가 금리인하 감세 등 경기부양책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 최악의 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의 경기 조정국면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겠지만 결국엔 IT(정보기술) 발전에 힘입어 미국경제가 장기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개발포럼에는 서머스 전 장관 외에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등 미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30여명의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해 중국 경제 전망과 함께 미국경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버그스텐 소장은 미국경제가 올 하반기 또는 내년에 ''V자형'' 경기회복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피력했다.

IT 기술이 금융 유통 제조업 등 다른 산업분야에 응용되면서 생산성 향상이 계속되고 있다는게 첫째 이유다.

현재로선 물가상승 압력도 없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앞으로 약 2%포인트 연방기금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도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감세조치는 물론 필요할 경우 더욱 강력한 재정 확대조치로 경기 부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낙관론의 근거다.

반면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년 동안 미국 경제성장의 25∼35%를 기여해온 IT 분야가 올 3.4분기까지 ''제로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특히 미국경제는 마이너스 가계 저축률, IT 분야의 과잉투자 등으로 인한 구조적 불균형에 ''수익 감소→비용 절감을 위한 해고와 투자 감소→경기둔화''에 따른 순환적 불균형까지 겹쳐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 세계경제 성장률은 2.5%로 둔화되고 미국 경기도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미국경제가 늦어도 내년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