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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민의 '주식투자 클리닉'] 가장 달콤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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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하라고 한다.

    장차 험난한 인생 여정에 겪을 고생들을 싼 값에 연습할 수 있을 때 실컷 하라는 말이다.

    고생할 당시엔 모르지만 지나고 보면 그게 다 그만한 값어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도 그 진리는 변함이 없다.

    벌면서 시작하는 것보다 먼저 잃어 보는 것이 약이다.

    1학년 때 뜨끔한 맛을 한 번 봐야 정신이 번쩍 들어 제대로 6학년 졸업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단맛을 보면 십중팔구 그게 화근이 돼 자퇴서를 쓴다.

    세상에 이런 꿀단지가 있나 싶어 베팅을 키우다가 한 순간 고개를 떨구고 조기졸업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 어느 호프집을 갔더니 여주인이 너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자주 와 줘서 고맙다는 것이었다.

    친구들 따라 처음 왔다니까 "그렇다면 혹시 주식 하는 분..." 하더니 잘 만났다며 넋두리를 시작했다.

    "99년에 어떤 주식을 사서 80% 이익을 봤어요.

    그걸 경험하는 순간 뭘로 얻어 맞은 것 같았어요.

    아,내가 40년 넘는 세월을 완전히 헛 살았구나,이렇게 쉬운 길을 놔두고 왜 바보처럼 그렇게 힘들게 살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파트 몇 채 있던 것 다 팔아 가지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그러면서 무슨 주식 이름들을 줄줄이 대는데 청산유수였다.

    그래,작년 그 험한 장을 어떻게 넘겼습니까 물었더니 대답이 일품이었다.

    "일년 해보고 나니까 다시 이런 생각이 들대요.

    그래,그게 헛 살았던 게 아니다,다시 백팔십도 "빠꾸"하자.

    그래서 다 정리하고 건진 게 이 가게 하나예요"

    비슷한 경우 하나는 어느 초로(初老)의 아주머니 얘기다.

    우리 클리닉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 오며 가며 자주 마주쳤는데 볼 때마다 나를 피하는 눈치였다.

    그러기를 1년 여,마침내 올 초에 내 사무실을 찾아오셨다.

    "재작년에 주식을 사서 처음에는 많이 벌었지요.

    그 참에 여기 클리닉이 생겼는데,와서 강의를 듣고는 별 희한한 사람 다 봤다 생각했어요.

    그 때는 이 주식이 4만원도 더 할 땐데 3만5천원 "쓰리바닥" 깨지면 팔라길래 정말 웃긴다 싶었어요.

    지금 잘 벌고 있고 앞으로 10만원 가면 더 많이 벌 텐데 3만5천원이 무슨 소린가 했지요.

    그 뒤로 주가가 빠지니까 미안해서 못 오겠고,또 그 뒤에는 너무 손실이 커서 못 오겠고...

    박사님이 그렇게 한 번 들르라 해도 안 오고 있다가 결국 주식을 한 주도 못 팔았어요"

    나도 투자라 하면 아픈 기억이 있다.

    시카고 시절,엔.달러 선물(先物)로 거의 하루도 안 거르고 벌던 때가 있었다.

    그 황홀하던 날들의 마지막 밤,아내가 깨워 일어나 보니 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꿈자리가 뒤숭숭해 일어나 전화로 체크해 보니 계좌에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차곡차곡 한 달간 쌓인 돈이 몇 시간 잠든 사이 원금까지 몽땅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었다.

    그 날 우리 둘은 아무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며 뜬눈으로 밤을 샜다.

    하지만 지나서 보니 우리 인생에 그만큼 "달콤한 패배"는 없었다.

    어려운 살림에 피같은 5천불이었지만 그걸 주고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레슨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 쓰라림을 밑거름 삼아 이 어려운 학교를 아직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투자는 잃을 때 더 많이 배우는 법이다.

    적게 잃고 배울 수만 있다면 그만큼 다행스러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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