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경영 연구] (4) '선단식 전략'..산업화 초기 불가피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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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묵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와 현대그룹의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선단식 경영전략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주영 회장의 경영전략의 요체는 비관련 다각화이다.
자동차 건설 중공업 백화점 금융회사 상선 무역회사 반도체 정유 화학 등에 진출한 비관련 다각화는 적절한 것이었는가?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특정 사업을 하는 기업이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자원의 원활한 공급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좋은 페인트와 부품이 있어야 하고,할부 금융을 해주는 금융업체가 있어야 하고,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건설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관련 산업에 진출할 동기를 갖는다.
둘째 산업화 과정에 있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은 대체로 국제 경쟁력이 없다.
국제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물적 인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국제 경쟁력이 없으면 무역장벽에 의해 어느 정도 보호되는 국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다른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다른 재벌그룹과 마찬가지로 고성장을 추구했던 정 명예회장으로선 비관련 다각화가 가장 적절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 전략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한 전략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계무역기구의 출범과 전자상거래 등의 이유로 경쟁이 범세계화된 상태에서 비관련 다각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고성장을 가져다주는 전략이 아니라 기업을 부실화하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계열사들이 핵심역량을 공유하거나,핵심활동을 공유하지 않는 한 다각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그러면 정 명예회장은 왜 살아있을 때 시대에 맞지 않은 비관련 다각화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했을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것에 대단한 믿음을 갖는다.
정 명예회장은 비관련 다각화가 현대를 거대 재벌로 성장시켰고 그 전략이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둘째 창업 기업가,특히 우리나라의 창업 기업가들은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자신의 자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이 만든 기업을 처분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업 부실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계열사들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다보니 재벌구조가 개별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화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긴 정 명예회장은 우리를 떠났다.
위대한 기술자요 경영자였던 헨리 포드의 죽음이 포드 자동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듯이 정 명예회장의 별세는 현대그룹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든 사람들과 현대그룹의 전문 경영자들이 그가 우리 경제 발전과정에 공헌한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의 선진국화에 공헌하길 기대한다.
kmlee@snu.ac.kr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세와 현대그룹의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선단식 경영전략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주영 회장의 경영전략의 요체는 비관련 다각화이다.
자동차 건설 중공업 백화점 금융회사 상선 무역회사 반도체 정유 화학 등에 진출한 비관련 다각화는 적절한 것이었는가?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특정 사업을 하는 기업이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자원의 원활한 공급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어 팔기 위해서는 좋은 페인트와 부품이 있어야 하고,할부 금융을 해주는 금융업체가 있어야 하고,자동차가 잘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건설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제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관련 산업에 진출할 동기를 갖는다.
둘째 산업화 과정에 있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은 대체로 국제 경쟁력이 없다.
국제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물적 인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국제 경쟁력이 없으면 무역장벽에 의해 어느 정도 보호되는 국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은 다른 산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다른 재벌그룹과 마찬가지로 고성장을 추구했던 정 명예회장으로선 비관련 다각화가 가장 적절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 전략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한 전략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세계무역기구의 출범과 전자상거래 등의 이유로 경쟁이 범세계화된 상태에서 비관련 다각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고성장을 가져다주는 전략이 아니라 기업을 부실화하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계열사들이 핵심역량을 공유하거나,핵심활동을 공유하지 않는 한 다각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그러면 정 명예회장은 왜 살아있을 때 시대에 맞지 않은 비관련 다각화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려 했을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것에 대단한 믿음을 갖는다.
정 명예회장은 비관련 다각화가 현대를 거대 재벌로 성장시켰고 그 전략이 앞으로도 유용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둘째 창업 기업가,특히 우리나라의 창업 기업가들은 자신이 설립한 기업을 자신의 자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이 만든 기업을 처분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업 부실의 규모가 커지고 다른 계열사들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다보니 재벌구조가 개별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화과정에서 큰 족적을 남긴 정 명예회장은 우리를 떠났다.
위대한 기술자요 경영자였던 헨리 포드의 죽음이 포드 자동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듯이 정 명예회장의 별세는 현대그룹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든 사람들과 현대그룹의 전문 경영자들이 그가 우리 경제 발전과정에 공헌한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의 선진국화에 공헌하길 기대한다.
kml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