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이여 다시 한번"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적진의 장수"를 끌어들여 개혁의 칼을 맡겼다.

최대 라이벌인 포드자동차에서 돈줄관리(최고재무책임자)의 중책을 맡고 있던 존 디바인을 전격 스카우트, GM의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리에 앉힌 것.

업계 관행 뿐 아니라 외부 스카우트를 금기시해 온 GM의 문화에 비춰봐도 파격적인 조치였다.

디바인 부회장이 맡은 최대 임무는 GM의 대개혁.

디바인 부회장은 경영쇄신을 통해 올해 23억달러의 수익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월가 분석가들의 예상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수치다.

GM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투자가와 분석가들은 아직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올 1.4분기 수지를 맞추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경제침체로 자동차 판매율은 하락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추진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디바인 부회장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그는 포드에 재직하면서 주가 상승과 조직 정비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GM이 "라이벌업체의 경영간부 스카우트"란 파격을 감행한 것도 이런 평판 때문이었다.

GM의 최고경영자인 리처드 왜고너는 디바인 부회장이 지나치게 내부지향적이며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GM의 문화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바인 부회장의 충격요법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그는 둔화되고 있는 매출증가율을 감안, 1.4분기에 생산량을 21% 감축하고 2.4분기에는 17% 줄이도록 왜고너 사장을 설득하고 있다.

또 GM의 일본 자회사인 이스즈자동차를 보다 밀착.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휴즈 일렉트로닉스 위성사업 매각 협상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최고경영자에 임명된 왜고너 회장도 "자동차 산업을 휩쓸던 1950~60년대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며 디바인 부회장의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디바인 부회장의 경영난 극복전략의 핵심은 비용절약에만 치중하지 말고 성장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것.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과감한 확장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지론을 반영, GM은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올해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모델을 5종이나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개선된 캐딜락을 앞세워 고급차 시장개척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소형차와 트럭의 신모델을 내놓아 신규 수요 창출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자동차 업체로 평가받았던 GM은 지난 30년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1995년에만도 33%에 달했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까지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자동차 시장은 일본 도요타와 혼다에게 잠식당하고 고가형 자동차 시장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게 잃었다.

외형(매출)뿐 아니라 내실(수익성)면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M은 지난해 매출 1천8백90억달러로 경쟁업체인 포드(1천6백30억달러)를 크게 눌렀지만 수익은 포드(54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45억달러에 그쳤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