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김현(52)씨는 지난달 16일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한식집 동루골에서 모처럼 후배들과 저녁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18년간 자신이 경영해오던 디자인파크를 후배인 심인보(44) 사장에게 넘겨주고 흉금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그동안 디자인산업이야말로 ''3D업종''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우그룹 디자인실에 근무하던 지난 83년 올림픽조직위가 실시한 지명공모에 응하기 위해 겨우 50만원을 받고 3개월간 어려운 환경에서 온힘을 다해 ''호돌이''를 그렸다.

이 작업을 위해 너무 밤샘을 많이 한 나머지 ''호돌이''를 완성시키고 탈진해 서울 을지로 백병원에 1주일간 입원했을 정도였다.

호돌이가 공식 마스코트로 선정되자 그는 서울 동숭아트센터에 디자인파크를 창업했다.

창업이후 취약한 환경속에서도 그는 숱한 실적을 올렸다.

국민은행 LG그룹 한샘퍼시스 청정원 등 우리 눈에 무척이나 익숙한 CI들을 만들어냈다.

해 강 산을 상징하는 서울시 마크도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국제전화 001,한국통신 ISDN 등 디지털부문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이제 디자인도 디지털과 만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탈출구를 찾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경영컨설팅을 대행해주던 IBS컨설팅 그룹의 이명환(38) 사장에게 기업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디자인회사와 경영컨설팅회사.이 두 회사가 합병해서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이미 디자인은 경영전반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김씨는 두회사를 aio(02-705-6800)라는 기업으로 합병시켜 마포 도원빌딩 9층에 사원 70명규모의 종합 경영디자인기업으로 올려놓은 뒤 대표이사 자리를 후배에게 조건없이 물려줬다.

그는 언제나 찬밥 신세이던 디자인이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자신이 할 일은 그나마 한 것 같아 회사를 넘겨줬다고 밝혔다.

사실 그의 말처럼 요즘 디자인이 ''3D''에서 ''신3D''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Digital)과 DNA에 이어 디자인(Design)이 뜨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도 2일 디자인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디자인을 통해 국가 이미지도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다.

진흥원은 오는 5월부터 디지털과 디자인의 만남을 위해 디자인 포털도 개설한다.

''신3D시대''가 바로 코앞에 다가온 셈이다.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