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우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업의 "효과성(effectiveness)"을 판단함에 있어 가장 상위 기준은 생존(survival)이다.

생산성 수익성 고객만족 환경적응성 등 흔히 언급되는 그 어떤 기준도 기업의 계속된 삶 즉 영속기업(going concern)을 이룩하기 위한 과정상의 기준에 불과하다.

영속(혹은 계속)기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계속되는 혁신이다.

혁신을 시도하지도 않는 기업이 많지만 문제는 혁신을 추구해도 실패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다.

혁신 방법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시기상의 문제 또한 크다.

흔히 기업은 어려움에 처해서야 비로소 혁신을 생각한다.

한 기업의 문제가 인식 및 노출돼서야,즉 조직의 수명주기상 쇠퇴기에 들어선 후에야 비로소 혁신을 추구한다면 성공확률은 낮다.

또 설령 아무리 피땀 흘려 성공해도 그 기업의 위상이 쇠퇴기 전의 상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쇠퇴기에 접어든 후의 혁신은 그러한 혁신을 아무리 반복해도 결국 최대한의 효과는 조직의 현상유지만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영속기업을 위한 혁신은 쇠퇴기에 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성숙기 혹은 성장기에 시도돼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의 계속적 성장이 가능케 된다.

물론 이는 쉬운 것이 아니다.

조직의 본질적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조직 스스로가 안정을 추구한다는,즉 변화를 싫어한다는 점이다.

조직의 특성이 이러할진대 조직이 성장기에 있을 때 내부의 누군가에 의해 새로움이 추구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장기에는 성장을 유발한 요인에 더욱 매진하여 그러한 성장이 계속되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것으로 흔히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누가 ''새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나머지 대다수 구성원에게는 ''다르게''''엉뚱하게''''올바르지 않게'' 심하게는 ''미친''것처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이단자로 찍히고 비난받아 도태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직에서 누군가는 성숙기,더 정확히는 그 이전 단계인 성장기에 도약을 위한 위기감과 혼돈을 유발해야 한다.

성숙 말기에 혼돈이 외부에서 부여되기 전 조직내에서 스스로 혼돈을 미리미리 유발시켜야 한다.

따라서 영속기업에는 반드시 혼돈을 잘 초래하는 ''창조적 파괴자(chaos-maker)''가 있게 마련이다.

''변화하면 죽고 변혁해야 산다'' 또는 ''큰 조직이 작은 조직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조직이 느린 조직을 먹는다''는 작금의 현실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창조적 파괴자로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 조직의 경영자가 이러한 역할의 주체가 된다면 그 기업은 당연히 도전과 창조의 문화가 충만케 된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진정한 창조적 파괴자였다.

''유엔군 묘지의 보리물결''''5백원짜리 지폐와 백사장 사진에서 탄생한 현대중공업''''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대양 수송작전''''서산간척지의 유조선 공법'' 등을 생각하면 정 명예회장은 세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조적 파괴자였다.

그러한 리더가 있었기에 현대는 도전정신 충만한 기업문화를 지닐 수 있었다.

그리고 ''중단없는 전진''으로 표현되던 시절,진정 그것을 이룩해냈고 우리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사고행동이 창업자만의 전유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제2,제3의 혼돈유발자로 이어져야 하고 그 주체가 기업가든 전문경영자든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진정 계속기업이 되고,우리의 기업이 계속 성장해 선진기업이 돼야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wwpark@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