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지난 1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본점.화려한 컬러와 번쩍이는 장식 등 유난히 "왜색(倭色)"짙은 옷들이 걸려 있는 한 점포에 10~20대 여성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바로 일본 패션브랜드 에고이스트 매장이다.

옷을 권하는 판매사원의 차림새도 독특하다.

새까맣게 태운 얼굴,높이가 15cm는 넘을 듯한 통굽 구두,노랗게 물들인 머리...

일본 도쿄의 신주쿠나 하라주쿠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갸루(小와 girl의 합성어)족"을 그대로 흉내낸 모습이다.

의류와 화장품 등 일본 패션제품이 한국 시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올들어 10개의 일본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는 등 현재 총 40여개 일본 의류가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도 최근 1∼2년새 일본 브랜드 10여개가 잇따라 진출,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올 하반기 국내 런칭이 확정된 브랜드만도 이세이미야케 꼼므데갸르송 등 5개가 넘는다"며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 고객과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일본 패션제품이 최근 문화개방과 맞물려 급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의류=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 의류는 직수입 브랜드가 30여개,라이선스 브랜드가 10여개에 이른다.

이중 80%가 1999년 이후 들어왔다.

일본 의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골프웨어다.

블랙&화이트 미에코우에사코 링스 등 총 15개 골프복이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브랜드 수와 매출 등 모든 측면에서 고가 골프웨어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여성복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퍼슨즈도쿄 올리브데올리브 에고이스트 등이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퍼슨즈도쿄를 판매하는 LS코리아의 염영숙 기획실장은 "영업시작 전에는 한국 여성들이 일본의 독특한 색감이나 디자인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일본스러운'' 옷을 찾는 고객이 많아 놀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패션 선호경향이 커짐에 따라 일본 패션기업이 직접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 기업 데상트는 올해초 한국데상트를 설립,골프복 먼싱웨어를 직접 팔기 시작했다.

일본 패션그룹 온워드 가시야마도 현지법인인 온워드코리아를 세웠다.

◇화장품=기초화장부터 색조제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슈우에무라 케사랑파사랑 끌레드뽀보떼 입사(IPSA) SK-Ⅱ 등이 들어와 활발히 영업중이다.

아직 전체시장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매출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SK-Ⅱ의 경우 런칭 반년만에 화장품코너 판매순위 5위권안에 들어갈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여성의 피부상태가 비슷하다는게 장점으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이유순 수석연구원은 "요즘 10대들 사이에서는 일본 연예인의 화장법과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하면 무조건 멋쟁이로 인식될 정도로 일본풍 패션이 인기"라며 "고갸루족, 강구로(까맣게 태운 얼굴)족. 아쓰조코(높은 굽)족 등 일본의 첨단 패션집단임을 자처하는 청소년도 있다"고 말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