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해 경기 둔화와 그에 따른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보수를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컨설팅기관인 ECAS에 의뢰해 미국내 2백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기업 CEO들의 연봉과 상여금이 무려 22%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보도했다.

대상기업 CEO들은 전년에 비해 14% 늘어난 1백70만달러어치의 주식,1천4백90만달러어치에 해당하는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1인당 평균 2천만달러의 고소득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고연봉을 받은 CEO는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으로 지난해 기본급 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포함해 모두 7억7천5백만달러(약 1조75억원)를 받았다.

그는 애플의 주가가 지난해 13%나 떨어졌음에도 불구,이처럼 파격적인 보수를 지급받았다.

이밖에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회장이 3억1천5백10만달러(약 4천1백억원),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2억1천60만달러(약 2천7백40억원),타이코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즐로프스키 회장이 2억5백20만달러(약 2천6백70억원),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1억4천4백50만달러(약 1천8백80억원)를 각각 챙겼다.

미국 대기업들이 이처럼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경영자들에게 거액의 급여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는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면서 유능한 CEO들의 몸값이 천정부지 격으로 뛰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CEO의 순간적인 판단 하나하나가 기업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타임스는 또다른 이유로는 연봉을 결정하는 기업 이사진 멤버들이 다른 기업의 CEO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 CEO가 자신이 이사로 있는 기업의 CEO 보수를 상향조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은 결국 자신이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는 것.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