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01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가 정식으로 시작된 2일(1일은 일요일)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나왔다.

일본은행은 이날 지난 1·4분기(1~3월) 기업들의 단기 경제관측(단칸:短觀)조사결과 핵심지수인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기동향지수가 마이너스 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4·4분기(10~12월)의 플러스 10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은 물론 예상치(플러스 1)보다 낮았다.

경제상태가 생각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의미와 원인=경기동향지수가 하락하기는 2년반 만에 처음이다.

특히 대형 제조업체들의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은 지난 1·4분기에 일본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성장(경기침체)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3·4분기(7~9월)에 마이너스 0.6%(전분기 대비)를 기록한뒤 4·4분기에는 플러스 0.8%로 높아졌다.

일본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오는 6월초에 발표된다.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정보통신 업계의 투자 축소 등이 지수 하락의 최대 요인이었다.

◇엔저 지속=단칸 조사 결과 발표후 엔화 가치는 도쿄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달러당 1백26.65엔까지 급락했다.

지난 주말 뉴욕시장 종가는 1백26.33엔이었다.

그러나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이 "최근의 엔화 하락세는 지나치다"고 언급하고 미 정부관리들도 엔저(엔화가치 하락) 용인이 부시 행정부의 방침이 아니라고 밝히자 엔화 가치는 오전 한때 1백25선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장들어 일본 경제 악화 우려가 재부상,1백26엔대 초반에서 주로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엔 약세 요인들이 많아 엔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0.02%)보다 훨씬 높은 미 금리(5.0%)로 인한 일본자금의 미금융상품(국채 등)으로의 이동 △3월결산이 끝난데 따른 해외자금의 일본유입 중단(일본 기업들의 엔화 매수세 종료) △일본 경제 악화 우려 고조 등이 엔 약세 요인들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용어풀이 ]

일본은행이 분기마다 약 9천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 분기 및 다음 분기의 경기 상태와 수익전망을 조사하는 것.

자동차 전자 조선 은행 유통업체 등이 망라돼 있다.

지수가 마이너스 5라는 것은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비율이 좋게 보는 기업비율보다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23일부터 3월30까지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