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 1층에선 때아닌 발레공연이 펼쳐졌다.

백화점측이 마련한 6백석의 간이의자는 관객들로 메워졌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장내에 울렸다.

이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매월 한 차례 기업에서 갖는 ''찾아가는 발레''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국립발레단원들의 입가에는 연신 웃음이 피어났다.

사실 단원들의 미소는 한달여전부터 계속됐다.

매달 2차례씩 국립극장 무대에 올리는 ''해설이 있는 발레'' 티켓이 지난 2월 첫 공연 때 연말분까지 모두 동났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 사상 전례없는 일이다.

이는 지난 한햇동안 백화점 등지에서 펼친 ''찾아가는 발레''가 거둔 값진 결실로 풀이된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2월 재단법인체로 거듭나면서 새 진로를 모색했다.

공연수익금을 자체 운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가 도입되자 최태지 예술감독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거리로 나설 것을 결정했다.

자칫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발레계 인사들의 우려는 컸다.

하지만 발레단은 분당 삼성플라자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매달 한 차례 이곳을 찾아가 모던발레와 클래식발레 중 주요장면을 뽑아 ''갈라''형식으로 공연했다.

삼성전자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마련한 고객사은 행사에도 출연했고 압구정 현대백화점 임시무대에도 섰다.

물론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지만 ''발레홍보''가 주목적이었다.

고객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임시객석은 대부분 1시간 전부터 채워졌고 공연후 단원들에게 빵을 직접 나눠주는 고객도 있었다.

이는 일반인이나 기업들의 발레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두까기 인형'' 정기공연 때는 삼성전자가 주협찬사로 참여,수천만원을 지원했다.

이 협찬은 발레단이 기업홍보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과거 기업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받았던 ''시혜''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