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된 "분식회계(장부조작) 근절 방안"은 "당근"과 "채찍"으로 압축된다.

이번 기회에 자발적으로 과거의 분식회계를 털어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거래는 물론 형사고발 행정처분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죄부를 주겠다는게 당국의 방침이다.

대신 이 기간에 분식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또다시 분식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선 가차없이 처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근절방안이 정부 뜻대로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분기별 감사를 통해 감사 주기를 상시화하는 등 몇가지 보완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식회계는 부정부패와 동일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분식회계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분식회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8년부터 2000년까지 1백3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의 기업에서 분식회계가 발견됐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산 논란을 빚고 있는 동아건설은 지난 88년부터 97년까지 9천억원대의 매출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대우그룹도 장부 조작으로 수조원대의 이익을 뻥튀기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분식회계는 비자금 등 부정부패 고리와 직결돼 있는 것으로 부정부패를 한꺼번에 쓸어낼 수 없듯 분식회계도 일소하기 힘들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분식회계 스스로 털어내면 면죄부 =이같은 정부의 아이디어가 이번 방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곳곳에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기업들이 분식회계(장부조작)를 스스로 밝히게 하기 위한 유인책은 크게 세가지.

우선 2000 사업연도 회계에서 전기오류수정으로 분식을 바로잡을 경우 과거 잘못은 일단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

형사고발 행정처분 등 책임 추궁이 면제된다.

금융 제재도 한시적으로 유예된다.

분식을 털어내면 손실이 급증하고 신용등급이 내려간다.

정부는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이전에 적용했던 신용등급과 금리를 그대로 적용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분식 해소로 신용등급이 갑자기 낮아질 것을 우려, 금융권이 적격여신등급을 현행 5등급 이내에서 6∼7등급 이내로 확대키로 했다.

대신 이 기간에도 분식회계를 바로잡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2001 사업연도 결산재무제표부터는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 의견을 받으면 아예 감사를 받지 않은 기업으로 취급한다.

이런 기업은 상장 또는 등록할 수 없다.

아울러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집단소송제 대상에 분식회계 자료를 공시한 기업과 감사인을 포함시켜 투자자가 쉽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분식회계 기업은 △금융권의 여신 회수와 벌칙금리 적용 △명단공개 등의 제재를 받게된다.

또 분기 재무제표도 공인회계사의 검토를 받도록 해 상시감사체제를 갖추는 한편 회계법인끼리 상호 감리제도를 상반기중에 도입키로 했다.

◇ 분식해소 위한 유인책 될까 =업계에서는 이같은 방안이 상당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몇가지 보완책을 제안했다.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은 "감사인을 교체한 기업에 대해서는 교체 첫해에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기업에 대한 제재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용인 안진회계 대표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80~90%가 12월말 결산법인이어서 감사활동이 2∼3월에 집중돼 제대로 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분기별로 감사하는 등 감사 주기를 상시화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