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과 보조를 맞춘 듯, 달러/엔 환율이 때맞춰 하향조정됐다. 이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오르던 외환시장이 진정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나흘만에 하락했다.

그러나 달러매수세는 장 막판 1,340원대 초반을 두텁게 둘러싸면서 하방경직성을 내비쳤다. 또 달러/엔 환율의 반등가능성이 살아있어 아래로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거래자들의 관심은 4일 오전에 있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안정화대책이 나올 지에 쏠려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뉴욕장에서 달러/엔이 추가하락여부에 따라 조정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며 "아래쪽으로는 탄탄하게 받치고 있어 외부변수를 제외한다면 1,343∼1,350원 범위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 나흘만에 하락세 =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마감가 1,348.80원보다 5.10원 낮은 1,343.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주 목요일 개장가 1,304원에서 이날 개장초 1,355원까지 50원 넘게 치솟은 뒤 나흘만에 하락반전한 것.

장중 고점은 1,355.00원으로 올해 들어, 그리고 지난 98년 10월 14일 장중 1,35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점은 개장가 1,340.30원, 변동폭은 14.70원이었다.

장 막판 달러/엔 환율이 125엔대 후반으로 내려앉았지만 수입업체들의 결제수요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로 1,341원대에서는 반등하며 낙폭을 줄였다.

◆ 당국의 ''강수''와 달러/엔 환율의 ''호응'' =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 개입과 달러/엔 환율의 조정이 하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오전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과 일본 사이에 엔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리 정부는 두 나라 당국에 엔화 안정을 위한 노력을 적극 요청중"이라고 실명개입을 단행했다.

그는 또 "우리의 기초여건은 일본과 달라 최근과 같이 지나치게 엔화에 연동하는 패턴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당국은 이에 상당히 우려하고 있으며, 필요시 수급조절 등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명개입이라는 ''강수''를 통해 시장안정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으며 시장에는 개입경계감이 넓게 퍼졌다.

때맞춰 달러/엔 환율도 일본 외환당국자의 발언을 등에 업고 이날 조정장세를 보였다. 특히 오후에는 4일 오전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이 마련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개입경계감이 약효를 발휘했으며 거래가 활발했다"면서 "달러/엔 환율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 조정연장선상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126.84엔까지 올라서는 강세를 유지하며 도쿄장으로 넘어왔으나 일본 증시 상승세와 외환당국 관계자의 엔화약세 우려 발언에 힘입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타며 126엔대 초반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졌다. 126엔대에서 견고하게 지지되는 듯 했으나 차익실현매물이 쏟아지면서 125엔대 후반으로 밀렸다. 다만 상승기조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닛케이지수는 오전중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취매수세로 급등했으나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상승폭이 다소 둔화된 채 전날보다 1.44% 상승한 1만3,124.47로 마감했다.

업체는 대체로 시장을 관망했으며 1,340원대 초반에서는 저가인식 매수세가 탄탄하게 받쳐졌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1,350원대에서 매도에 나섰으나 이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채 팔자와 사자를 오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환율 움직임 = 달러화는 뉴욕장에서의 달러/엔 환율상승과 NDF환율이 1,356원까지 오른 것을 반영, 전날보다 4.20원 높은 1,35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직후 1,355원까지 상승했으나 국책은행의 달러매도, 당국의 직접개입 가능성이 고조 등 강한 개입경계감이 지배하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도 소폭 하락하자 급락했다.

오후 들어 오전보다 0.70원 낮은 1,344.30원에 거래를 재개, 거래직후 1,340.30원까지 떨어지며 저점을 확인하고 이후 1,342∼1,345원 범위에서 주로 거래됐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며 외국인은 1,050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 올들어 5번째로 1,000억원대 순매도를 보였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이틀 내리 매수우위를 보이며 6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종합지수는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며 엿새 연속 하락, 전날보다 2.32% 내린 503.26을 기록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9,9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1,02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8억6,300만달러, 9억1,250억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45.4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