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현실이 된다면 주인공들은 과연 행복할까.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라면 아마도 고개를 저을 것이다.

''언브레이커블''의 주인공 데이비드(브루스 윌리스 분)는 대형 열차 사고에서도 혼자 살아남을 만큼 불사조 같은 육체를 가졌다.

그의 뼈는 절대 부러지지 않으며 어떤 사고로도 결코 다치지 않는다.

그러나 만화 속 주인공과 달리 그는 자신의 능력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살길 원한다.

만화 작가인 엘리아는 데이비드의 특별한 능력을 알아본다.

엘리아는 넘어지기만 해도 다리가 부러지는 특이체질의 약골이다.

그는 자신과는 정반대로 강철처럼 단단한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리라 믿는다.

엘리아는 데이비드를 발견하고는 그의 능력이 세상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엘리아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관객은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반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영화를 보시라!)

만화 같은 설정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에게 ''언브레이커블''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엄마가 안아주기만 해도 갈비뼈가 부러지는 ''엘리아''같은 환자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엔 ''콜라겐''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피부의 70%,뼈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90%가 바로 이 콜라겐으로 이루어져 있다.

콜라겐은 뼈 조직을 서로 단단하게 붙여주는 아교 역할을 한다.

그런데 콜라겐을 형성하는데 관여한다고 알려진 염색체 7번과 17번에 이상이 생기면 콜라겐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거나 그 구조가 변형된다.

그러면 뼈 밀도가 낮아져 계단에서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것이다.

''골형성 부전증''라고 불리는 이 질병은 심한 경우 일생동안 수백 번 가까이 골절상을 입기도 하며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엘리아와는 반대로 유전자 이상이 콜라겐을 과잉 생산하거나 좀더 강력한 구조를 갖게 해 데이비드와 같은 ''용가리 통뼈''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을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확률이 높진 않을 것이다.

엔트로피 법칙을 고려해 보면 마구잡이로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더 강력한 기능을 갖게 될 확률은 훨씬 낮기 때문이다.

설령 콜라겐 형성이 증가한다고 해도 주변 뼈조직과의 상호 작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뼈가 더 튼튼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처럼 사실에 바탕을 둔 그럴듯한 상상은 늘 영화를 유쾌하게 만든다.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