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 사로잡혀 직장에서 쫓겨나고,신혼생활을 망치고,가상과 현실을 착각해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직장인과 주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에 소비하느라 가족과 직장까지 내팽개치는 ''게임 중독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게임중독은 최근 2∼3년새 PC방이 주택가 구석구석에 들어서면서 심화되고 있으며 이른바 ''사이버시대의 마약''으로 비유될 정도로 역기능이 적지 않다.

△중독 실태=''게임의 달인''이라는 필명을 가진 네티즌은 "나의 하루중 18시간은 게임,2시간은 성인용 사이트,나머지 4시간은 TV나 잠"이라고 털어놨다.

결혼 1년4개월째인 주부 A(26)씨는 PC방에서 게임으로 밤을 새고 직장에서 수차례나 해고당한 남편으로 인해 신혼의 꿈이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게임으로 진 카드빚만 6백여만원이라고.

주부 B(30)씨는 게임때문에 갓난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3살배기 딸이 언어지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을 책망했다.

서울YWCA가 작년 8∼11월 서울시내 PC방에서 중·고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스스로 ''사이버 중독자''라고 밝힌 청소년은 30%나 됐다.

이들중 대부분(74.4%)이 광의의 게임중독자라는게 서울YWCA측 분석이다.

게임 때문에 밤을 PC방에서 꼬박 샌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40% 이상이었다.

이런 중독성을 반영하듯 한게임 리니지 등 국내 유명 게임사이트의 가입자수는 1천만명 이상이다.

미국 블리저드사가 개발한 스타크래프트는 국내에서만 2백만장 이상 팔렸다.

△게임중독의 역기능(사행심과 범죄)=게임 속의 사이버머니와 무기 등을 현실에서 돈으로 사고 파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벌어진다.

최근 인터넷 포커게임에서 상대편 카드를 훔쳐보는 수법으로 벌어들인 사이버머니를 1조원당 현금 4만∼8만원씩 받고 판 네티즌들이 대표적.

이들이 챙긴 현금은 자그만치 1억9천여만원이나 된다.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을 습관적으로 해온 중학생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게임에서처럼 아무렇지 않게 칼로 찔러 살해한 일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8∼99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과 연관된 범죄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때문에 관련 범죄의 발생건수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백2건으로 99년보다 최소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2월까지 2백55건이나 발생,올 연말까지 게임 범죄발생 추정치는 1천5백30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