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건설업계를 ''노가다판''이라고 부른다.

현장공사가 많고 육체노동이 힘든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여성경영인을 보기 드문 동네이기도 하다.

특히 요즘은 건설업계의 경기가 ''단군이래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어 튼실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여성건설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도 타고난 부지런함과 섬세함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여사장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평광주택건설의 오명옥(67) 회장은 우방 청구 보성 등 내로라하는 대구지역 건설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설업계의 대모다.

평양출신으로 1.4 후퇴 때 대구로 내려가 정착한 뒤 78년부터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6천1백78가구의 주택을 지었다.

올해에도 왜관 경주 등에서 9백가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대구지회장을 맡아 지역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다.

서초건설 김성대(56) 사장은 건설업계의 여걸로 통한다.

거친 건설바닥에서 추진력으로 외형 1백억원대의 회사를 일궈냈다.

서초건설은 집을 먼저 지은 뒤 분양하는 선시공 후분양방식을 많이 사용해 내집마련 수요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큰 회사라면 몰라도 중소규모의 회사는 조심스럽고 차분한 성격의 여성들이 훨씬 잘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집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다보니 반응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22년전 25평짜리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설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당초 정치에 관심이 많아 지난 71년 김대중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그러나 선거에 진 뒤 정보기관에 끌려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나와 사업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 구로동에 자리잡은 하웅종합건설의 조연하(41) 사장은 젊은 여성건설인이다.

하웅종건은 지난 94년 설립된 자본금 12억3천만원의 소규모 회사다.

지난해 38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매년 매출의 5%정도를 이익으로 내는 탄탄한 회사다.

조 사장은 창업초기엔 주택건축에 주력했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부터는 공기가 짧고 안정적인 수익이 생기는 관급공사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덕분에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닦아 경기침체기에도 큰 어려움 없이 회사를 꾸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건설에서 이사로 일할 때만 해도 세무통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청사신축과 반포대교 보수공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