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시 정부와 新냉전구도 .. 문정인 <연세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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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 연세대 정치학 교수.국제학대학원장 >
요즘 미국의 외교행보가 무척 걱정스럽다.
부시행정부가 취임 초기에 내건 현실적 국제주의 외교노선이 그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주의도 국제주의도 없는 중구난방의 외교양상''이 미국 외교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실패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공동발표문엔 한국의 포용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명시해 놓고 불과 수분 후의 기자회견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모순적 외교행태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북한을 계속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아직도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현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대 러시아와 중국 정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가미사일방어(NMD) 구상의 구축과 ABM(대 탄도 요격미사일) 협정의 수정, 파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주요 외교현안으로 부각시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미국의 저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부시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은 더욱 문제시된다.
부시행정부는 중국을 21세기의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했던 클린턴행정부의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엎고 거꾸로 전략적 경쟁자, 즉 가상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해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EP-3 정찰기와 중국의 F-8 전투기간의 충돌문제가 외교적 타결을 쉽게 보지 못하고 있는데는 부시행정부의 대중 강경노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행보로 보아 부시행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이 이들을 가상 적으로 내몰아치며 새로운 냉전구도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허물어뜨린 냉전구도를 아들 부시가 재구축하려는 기이한 역사적 형국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왜 이같은 외교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몇가지 단서를 미국의 국내 정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외부적 위협을 내부단합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미국 고유의 정치적 특성에 있다.
부시의 대통령 당선은 엄청난 내분을 수반했다.
이러한 내분을 극복하고 내적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 위협의 인위적 창출은 필요악일 수도 있다.
둘째, 의회와 행정부내에서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행정부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라이스 안보 보좌관 등 강경파들이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동시에 크리스 칵스, 헨리 하이드, 제시 헬름스 등 의회 지도자들이 이를 강력히 지원해 주고 있다.
더구나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을 보좌할 수 있는 동아시아 실무진이 아직 임명되지 않는 것 또한 부시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의 난맥상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산(軍産)복합체의 영향력을 들 수 있다.
TMD/NMD 구상은 레이건 행정부 이래로 미 공화당과 연계돼 있는 방산업계의 지속적 로비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주요 각료 다수가 방산업체에서 충원됐다는 사실이 이를 우회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미국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되고, 그에 따른 외교정책의 경직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 국내정치의 역학구도를 조명할 때 부시행정부의 대 동아시아 정책은 신냉전 구도의 재구축이란 위태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구체화되기 전에 미국민들과 미국의 우방들은 이의 저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다.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중심이 흔들리면 전세계가 흔들린다는 점에 유념하며 신중한 외교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cimoon@yonsei.ac.kr
요즘 미국의 외교행보가 무척 걱정스럽다.
부시행정부가 취임 초기에 내건 현실적 국제주의 외교노선이 그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주의도 국제주의도 없는 중구난방의 외교양상''이 미국 외교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시행정부의 외교적 실패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 바 있다.
공동발표문엔 한국의 포용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명시해 놓고 불과 수분 후의 기자회견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모순적 외교행태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북한을 계속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아직도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현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대 러시아와 중국 정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가미사일방어(NMD) 구상의 구축과 ABM(대 탄도 요격미사일) 협정의 수정, 파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주요 외교현안으로 부각시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미국의 저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부시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은 더욱 문제시된다.
부시행정부는 중국을 21세기의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했던 클린턴행정부의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엎고 거꾸로 전략적 경쟁자, 즉 가상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중 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만에 대한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해 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EP-3 정찰기와 중국의 F-8 전투기간의 충돌문제가 외교적 타결을 쉽게 보지 못하고 있는데는 부시행정부의 대중 강경노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외교행보로 보아 부시행정부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중국 러시아 북한 모두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이 이들을 가상 적으로 내몰아치며 새로운 냉전구도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허물어뜨린 냉전구도를 아들 부시가 재구축하려는 기이한 역사적 형국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왜 이같은 외교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몇가지 단서를 미국의 국내 정치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외부적 위협을 내부단합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미국 고유의 정치적 특성에 있다.
부시의 대통령 당선은 엄청난 내분을 수반했다.
이러한 내분을 극복하고 내적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 위협의 인위적 창출은 필요악일 수도 있다.
둘째, 의회와 행정부내에서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행정부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라이스 안보 보좌관 등 강경파들이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동시에 크리스 칵스, 헨리 하이드, 제시 헬름스 등 의회 지도자들이 이를 강력히 지원해 주고 있다.
더구나 온건파인 파월 국무장관을 보좌할 수 있는 동아시아 실무진이 아직 임명되지 않는 것 또한 부시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의 난맥상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산(軍産)복합체의 영향력을 들 수 있다.
TMD/NMD 구상은 레이건 행정부 이래로 미 공화당과 연계돼 있는 방산업계의 지속적 로비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주요 각료 다수가 방산업체에서 충원됐다는 사실이 이를 우회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미국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되고, 그에 따른 외교정책의 경직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 국내정치의 역학구도를 조명할 때 부시행정부의 대 동아시아 정책은 신냉전 구도의 재구축이란 위태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구체화되기 전에 미국민들과 미국의 우방들은 이의 저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다.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중심이 흔들리면 전세계가 흔들린다는 점에 유념하며 신중한 외교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cimoo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