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최근 2~3년사이 국내에서 가장 화려하게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널리 알려진 이 회사의 성장사는 게임이 얼마나 큰 "대박"산업인가를 말해준다.

지난해는 총매출액 5백82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이 2백94억원에 달해 영업이익률 50.5%로 거래소와 코스닥 등록기업을 통털어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매출액이 1백%가 늘어난 1천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4년전인 지난 97년 매출액 5억4천6백만원에 4백만원의 이익을 남기던 회사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경이로운 성장이다.

회사는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지만 김택진(34) 사장의 일상 모습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 점도 화제다.

3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지만 단 한 주도 팔지 않은데다 주식배당도 하지않아 월급 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다.

3년전부터 타던 레간자 승용차,31평 아파트도 한결같다.

서른네살의 CTO(최고기술경영진)가 이끄는 엔씨소프트의 성장배경에는 대학생같은 그의 소탈한 경영철학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신뢰경영=지난 97년 게임사업을 포기한 아이넷으로부터 ''리니지''를 인수할 당시 주변에서 모두 말렸지만 ''말아먹어도 행복하다''는 각오로 밀어붙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내최초의 그래픽머드게임 ''바람의 나라''의 개발자인 송재경(현 부사장)씨에 대한 신뢰와 자신이 공학도로서 꿈꿔온 게임에 대한 열망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목돈이 없었던 엔씨소프트는 2년동안 매출액의 10%를 로열티로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행운의 여신은 결국 두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다.

때마침 불어닥친 PC방 열풍은 ''대박''을 안겨줬다.

송 부사장은 이제 엔씨소프트의 앞날이 걸린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사장으로 파견근무중이다.

◇면도기·면도날모델전략=면도기를 하나 팔고나면 그 다음부터 면도날은 자동으로 소비된다.

''리니지''도 꾸준한 버전업으로 회원을 늘려가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직접 가상세계를 만들어가는 롤플레잉게임에 일단 빠지면 게이머는 계속 새로운 버전을 찾게 된다.

97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리니지6''이 출시됐으며 올 하반기까지 시리즈12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누적회원이 1천만명을 돌파했으며 PC방과 회원들로부터 받는 이용료로 수익구조를 탄탄하게 다졌다.

또 모바일게임시장을 겨냥,올여름께는 무선인터넷용 ''리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직원은 비즈니스 파트너=지난 97년 설립 이후 직원들의 이직률이 1%를 밑돈다.

일반 벤처기업들의 30∼40%대의 높은 이직률로 허덕이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정착한 연봉시스템은 엔씨소프트의 역사나 마찬가지.연봉을 사장이 아닌 실장이 결정한다.

사장이 각 실 소속직원의 총연봉(Net Gross)만을 결정한 후 실장에게 통보하면 실장은 직원들의 연봉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직원들이 늘어나 실장의 직원파악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팀장에게 연봉결정권한을 맡길 생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