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현실화됐다. 외환당국은 지난 금요일 5억달러 이상을 시장에 공급, 전날 1,365.20원까지 상승한 환율을 1,342.10원까지 떨어트렸다.

재정경제부와의 환율해법에 대한 의견차가 대두되면서 반신반의하던 시장은 6일 당국이 5억달러 이상을 공급, 1,342.10원까지 급락케 함으로써 그 위력을 실감했다.

그러나 환율상승 기대를 접지 않은 국내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에 맞설 태세를 내비치고 있다. 역외에서도 달러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업체들도 헤지 및 배당금 수요 등을 줄대고 있다.

◆ 창과 방패의 싸움 = 당국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환율로 인해 국내 자금 및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지난 금요일 당국이 1,350원대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쉽게 이 레벨위에서 거래는 다소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달러/엔 환율이 밀리고 추격매수세가 없을 때 물량 공급을 통해 환율을 내리는 기존의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막판에도 마감가 관리를 위해 1억달러가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은 당초 1,330원대로의 복귀를 희망했음에도 시장은 1,340원을 고수했다. 결제수요나 역외에서의 헤지수요 등이 1,340원 초반에서 지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수요요인이 아직 왕성하게 포진해 있다는 근거다. 시장불안심리도 여전하며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도 살아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급락으로 가수요는 다소 줄었다지만 배당금, 역외수요, 결제·헤지수요 등 꾸준히 달러를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당국 개입과 맞물려 조정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는 아직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대외요인에 여전히 관심 = 외환당국이 실탄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결국 달러/엔 환율이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이 새로운 회계년도를 맞으면서 주초반 126.70엔까지 올랐으나 일본 외환당국 관계자의 구두발언과 차익실현매물, 미 경제의 침체양상 등이 맞물리면서 125, 124, 123엔대로 차례로 내려앉았다.

특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6일 또 "일본 정부는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탈)에서 빗나가는 통화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달러/엔을 아래 쪽으로 몰아부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다시 반등하면 당국 개입도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달러/엔과의 고리가 다소 끊기더라도 나스닥 등 다른 요인이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달러/엔과의 동행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려우나 조심스레 새로운 모멘텀 찾기에 나설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위로 가는 속도가 완만해지지만 미국 금융시장 불안감이 여전히 상존, 아래쪽으로도 막히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딜러는 "중국에서 엔화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등 엔화가 127엔대 진입에는 실패해 121∼126엔대의 박스권에 머물 것 같다"면서 "이렇게 되면 원화환율을 이끄는 장세는 끝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도 "차트상 엔화환율이 지지선을 두 번째 하향돌파함으로써 차익실현매물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엔화와 원화 모두 조정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추세자체가 오름세에서 내림세로 전환하기엔 이르지만 조심스런 조정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세도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