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과 눈이 돌아가고 삐뚤어지는 병을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 서양의학에서는 안면마비라고 한다.

구안와사는 얼굴에 분포된 일곱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의 마비로 발생하며 안면마비의 여러 분류중에 "벨씨 마비"로 불린다.

주위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상실감이 크고 뇌졸중이 걸렸다며 초조해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수 있는데 결론부터 말해 구안와사는 가벼이도 무겁게도 볼 질환이 아니다.

구안와사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고 급속히 진행한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입과 눈이 돌아앉았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안면마비는 눈과 입이 모두 마비되는 반면 뇌졸중은 에서는 입 주위의 근육은 마비되지만 눈이나 이마의 근육은 이상이 없으므로 구안와사 환자는 공연히 뇌졸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안와사의 원인을 한의학에서는 감기 뒤끝이나 추위에 떨은후 차가운 사기(邪氣)가 들어와 정기를 몰아냄으로써 사기가 침범한 쪽은 얼굴근육이 늘어나고 정기가 있는 쪽은 오무라든다고 본다.

또 위장을 다스리는 경맥인 족양명위경의 기운이 허해져서 위경이 다스리는 안면부의 근맥에 이상이 생기면 구안와사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반면 서양의학에서는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치 않으며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 혹은 자가면역(자기 인체의 일부를 적으로 규정하고 항체가 과다하게 생성) 과정에 의해 안면신경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치료로 한의학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관련된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약물 및 침구치료와 함께 안마 지압 습포 등을 보조적 치료수단으로 응용한다.

발병초기에 아래턱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고 으슬으슬 추우면서 미열이 있으면 풍담(風痰)을 없애주는 견정산(牽正散)을 쓴다.

서양의학은 안면마비가 별다른 치료가 없어도 길어야 3주면 저절로 회복된다고 보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침을 맞으러 가고 효과를 봤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안면마비가 생기면 초기에 스테로이드제나 항바이러스제 등의 약물을 처방한다.

가장 확실히 권장되는 것은 안과적인 치료다.

마비 자체는 나중에 큰 문제가 안되지만 눈은 내버려두면 잘 감기지 않고 눈물이 적어지면서 각막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약을 넣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또 안면경련이 심하거나 동시운동증(눈을 감으면 입이 올라가고 치아를 드러내면 눈이 감김)이 나타나면 희석한 보툴리눔독소를 주사해서 치료한다.

이밖에 발병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 남는 후유증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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