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저(엔화가치하락, 엔환율 상승) 추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달러당 1백30엔대로 떨어질 것같던 엔화가치가 예상과는 달리 1백25엔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1백23엔대로 급등하기도 했다.

◇ 왜 엔저가 주춤해졌나 =무엇보다 지나친 엔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엔저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개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무성의 구로다 하루히코 국제담당차관은 지난 6일 "달러당 1백27엔에 육박하는 엔.달러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로 볼때 너무 높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저에 대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불만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한국 대만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엔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측에 엔저 저지 압력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외환은행격인 중국은행의 류밍캉 총재는 지난 주말 "엔화가 1백30엔 아래로 떨어지면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하다"며 엔저를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업률 상승 등 미국 경제의 불안도 엔화의 추가 하락을 막고 있다.

지난 3월 미 실업률은 20개월 만의 최고치인 4.3%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 미 경제의 침체 우려를 높였다.

◇ 엔화의 전망은 =기본적으로 엔저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당분간 1백30엔대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엔화매입.달러화 매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엔화가치의 추가 하락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본격화될 미국기업들의 실적발표는 달러약세(엔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미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발표할 경우 미국 증시가 급락하고 그 영향으로 달러가치도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분간 1백24~1백27엔의 불안한 널뛰기 환율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인기 없는 모리 요시로 총리의 사퇴로 이달말에 일본에 차기 총리 체제가 구축되면 정국 안정을 통한 엔화회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