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은 무엇인가.

여행객들은 여행지에 직접 갔을 경우 떠나기 전의 동경을 완전히 잠식당하는 ''제로섬'' 현상을 종종 경험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서울대교수)씨가 이같은 ''여행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곧추세워 쓴 ''김윤식문학기행''(문학사상사)을 냈다.

그는 몽골과 중국 네팔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을 답사하면서 느낀 점을 세심한 필치로 담아냈다.

단순한 여행의 감흥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사유까지 드러낸다.

김씨는 몽골과 네팔 등지에서 칭기즈칸이 군사들을 훈련시켰다는 독수리계곡,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란한 별밤,세계문화유산 목조건축 등 유목민의 문명과 영토를 접하면서 사유의 세상으로 펜을 옮긴다.

유목민은 이곳저곳을 떠돌지만 여행객이 아니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정주민들의 몫이다.

유목민들에겐 늘 떠남만 있을 뿐이다.

저자는 ''동양의 미학''을 예찬했던 서구인의 오리엔털리즘을 비판한다.

아시아인들의 도덕적 실존은 무시하고 그저 사회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제국주의의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일본인 미학자 야나기의 ''조선 예찬론''과 네팔 카트만두의 고서점에서 발견한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소설 ''이조잔영''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내세운 ''조선의 아름다움''은 ''조선족은 저열한 민족이나 조선여인은 아름답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갈파한다.

중국편에서는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제남과 공자의 묘,맹모삼천의 현장인 추성을 거쳐 태산에 오른다.

그리고 이들 지역을 스쳐갔던 공자 진시황 곽말약 등의 행적을 더듬어본다.

연변일대에선 강경애 안수길 윤동주 송몽규 등 우리 근대 문학가의 자취를 찾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