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정보기술) 장비 시장을 외국산이 휩쓸고 있다.

특히 관세청은 지난해 1조원어치 정도가 수입된 초고속 인터넷용 ADSL(디지털가입자망) 장비에 대해 5백억원이 넘는 관세를 한푼도 물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국 ADSL 장비업체들은 무관세 혜택에 힘입어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급속히 높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7월까지 ADSL 수입장비에 대해 5.3%의 관세를 매겨왔으나 수입업체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8월 이후부터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관세품목 기준에 따르면 ADSL 장비가 디지털 통신기기로 분류될 경우 5.3%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선로집전장치로 분류되면 무관세가 적용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ADSL 장비는 선로집전장치로 봐야 한다"며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한 것이어서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업체들은 "ADSL 장비는 디지털 통신기기"라며 "당연히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관세청과 통신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내부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감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업체의 국내 ADSL 장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만 해도 44%에 그쳤다.

하지만 무관세로 바뀐 이후 급속히 높아져 현재는 70%대를 넘어선 상태다.

외국업체들은 서버시장에서도 90% 이상을, 스토리지시장 역시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IT장비 시장을 휩쓸고 있는 형편이다.

김태완.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