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태 < 케이씨텍 사장 >

이병규 사장과는 요즘도 한달에 두세번은 만나는 막역지우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쉽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덕생어비퇴(德生於卑退).

덕은 자기를 낮추고 물러서는 데서 생긴다는 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병규 사장은 참으로 겸손한 사람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낮출 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빛이 나는 사람이다.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과 문화일보 부사장,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 현대백화점 사장직을 맡기까지 그는 한결 같은 모습으로 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래를 살필 줄 알고 자만하지 않는 묵묵한 그의 면모를 지켜보자면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참 배울 점이 많다.

그는 고객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다.

2년여의 준비 끝에 CRM을 도입하고 벌써 4년째 명절 택배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면 그가 이루어낸 실적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 싶다.

뿐만 아니라 업무에 있어서 그의 원칙은 존경스러울 만큼 철저하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그토록 오랫동안 가까이 모셨음에도 여태 한 번도 그 분에 대해 사소한 것이나마 언급하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경영자로서 이병규 사장을 말한다면, 한마디로 그는 뚝심과 강한 추진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흐름을 읽어내는 예리한 통찰력과 판단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성품은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깊이가 있고 구수하다.

주위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줄 알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친구들간 신의도 남달라서 친구들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행여 폐를 끼칠까봐 선뜻 얘기하지 않는다.

가끔 오랜 지기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면 한 번쯤 그의 영시 낭송이나 팝송 한 소절을 기대할 만큼 삶의 멋을 아는 친구이기도 하다.

여느 경영자처럼 이병규 사장도 좀처럼 가족과의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1남1녀의 자녀들이 그토록 곧고 바르게 성장한 모습에서 가족간 깊은 이해와 사랑을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는 분당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뵙는 효자다.

그래서 나도 일요일 저녁만큼은 이병규 사장에게 약속을 청하지 않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는데 이병규 사장과는 중학 시절부터 벌써 30년 넘는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 내게 허락된 지면이 그저 부족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이병규 사장에게서는 배울 점이 많으니 참 고맙고도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