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 갖 진출한 일본 전자업체들이 "일본역사교과서사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JVC의 홍보담당자는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한데 일본 교과서 때문에 전면적인 마케팅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괜히 나섰다가 공격적인 이미지로 "찍힐까봐"걱정이라는 것이다.

JVC는 소니와 파나소닉에 이어 일본 3위의 가전메이커.

그러나 안방 위상에 비해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이 때문에 JVC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라는 간판을 내걸고 국내 대학가요제 등을 후원해 이름을 알리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일단 역사교과서 문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일본산 수입을 금지한 수입다변화정책이 지난해 7월 해제됨에 따라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걸쳐 하나둘씩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오디오비디오 전문업체 파나소닉은 이달 2일 "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디지털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는 지난달 20일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샤프는 이보다 2년앞선 99년 기존에 유통 창구 역할을 해온 샤프전자와 절반씩 출자해 샤프전자(주)를 만들었다.

이들은 우선 90년 한국법인을 세운 소니의 높은 문패를 넘여야한다.

포화상태에 가까운 국내 가전시장을 뚫기도 만만치않다.

그런데 영업개시 직후부터 분위기가 험악하다.

문화개방 후 일본영화가 호평을 받으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한 반일감정이 역사교과서 때문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데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이 일산제품 불매운동을 하자고 정부에 제안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반인을 상대로한 판촉행사를 벌리기가 부담스럽다.

소니 역시 불만이 없지않다.

소니코리아의 홍보담당자는 "소니는 다국적기업이어서 국적이 무의미하다.

소니코리아 3백여명 직원중 97%가 한국인이지만 유럽이나 미국국적의 다국적업체와 달리 늘 일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게 부담이 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때문에 반일감정이 잠잠할 때라도 열심히 광고를 하면 공격적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