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의 불황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주가는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판매액은 6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최대 20%나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충격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반도체시장의 공황사태''로 규정할 정도다.

반도체 경기 악화는 곧 세계 경제의 침체다.

그동안 미국 등 세계 경제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 왔다.

IT 산업의 핵심은 반도체다.

지난 3년간 연평균 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도체 시장이 있었기에 세계 경제는 성장할 수 있었다.

◇ 반도체 시장상황과 원인 =지난 2월 세계 반도체 판매액은 1백55억달러로 그 전달인 1월보다 6.9% 감소했다.

1월에는 6.7% 줄었다.

작년 9월 시작된 판매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리먼브러더스 증권의 반도체시장 전문분석가인 대니얼 닐스는 9일(현지시간) 세계 반도체시장 상황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월가에서 가장 뛰어난 반도체시장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올해 시장이 1996년 정도로만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그 해 세계 반도체 판매는 약 8% 줄었다.

컴퓨터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통신장비 시장은 활황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컴퓨터는 물론 휴대폰 등 통신장비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세계 반도체 디자인업체들의 협회인 FSA는 최근 PC업체들의 재고가 아직 소진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통신업체들의 재고는 쌓이고 있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중 유일하게 설비 확장을 계획했던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공장가동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작년 4.4분기 1백%였던 가동률이 올 1.4분기에는 70%도 안됐다.

반도체 경기악화 전망으로 반도체 및 컴퓨터업체들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오름세를 보였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52% 빠졌다.

인텔과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 주가들은 2~4%씩 떨어졌다.

◇ 언제쯤 회복될까 =연초에는 ''하반기 회복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5~10%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전망들이 자취를 감췄다.

올해 반도체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고 내년이나 돼야 겨우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들만 무성하다.

리먼브러더스의 닐스는 내년 여름을 회복 개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올 가을까지는 반도체업계의 과잉생산 상태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6~9개월 후에야 반도체 시황이 바닥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10월이 반도체 주를 매입할 시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약 70%나 떨어진 반도체 주가가 앞으로 30~50%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초 회복론도 있다.

모건스탠리 증권의 반도체시장 분석가인 마크 에델스턴은 반도체 경기가 내년 1.4분기에는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등으로 미 경제가 올 연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이어 2~3개월 후쯤 반도체 경기도 좋아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올초 세계 반도체경기를 낙관했던 시장조사 전문업체 데이터퀘스트는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자 연초 전망을 대폭 수정한 보고서를 오는 6월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국제전문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