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기업연금제 도입 등 증시 부양대책을 또 내놓았다.

기업연금제는 장기 과제라 하더라도 연기금 투자 확대는 당장 본격화할 태세다.

특히 국민연금과 우체국 보험이 각각 4천억원씩 모두 8천억원을 투입하는 시기는 바로 내주로 잡혀 있다.

정부의 연기금 투입이 바닥 없이 추락하는 증시를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 또 연기금의 주식 매입 확대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 효과 있나 =연기금의 주식 매입이 당장 증시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기금 펀드가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기다렸던 매도 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순간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올들어 연기금이 3조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수했는 데도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하락 조정기간만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물론 연기금이 주가 하락에도 아랑곳없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가총액의 적어도 10% 선까지라도 소화해준다면 효과는 상당히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연기금의 증시개입 외에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세가 살아나는 것이 조건이라면 조건이다.

◇ 연기금 주식투자 현황 =지난 2월말 현재 우리나라 연기금은 총 60개다.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3백60조원.

증시 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국민 사학 공무원 군인 등 4대 연기금의 운용자산 규모는 78조원에 달한다.

이중 61조원이 금융상품에 투자돼 있고 주식투자 규모는 직.간접 투자를 합쳐 6조8천억원이다.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보유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1% 정도다.

미국 24%, 영국 33%, 네덜란드 13%에 비해 격차가 크다.

◇ 연기금 주식투자 얼마나 늘리나 =현재 6조8천억원 수준인 주식보유 잔액을 향후 2∼3년내에 25조원까지 늘리겠다는게 정부 계획의 골자였다.

이렇게 되면 4대 연기금의 보유자산 대비 주식 비중은 지금의 11% 안팎에서 20% 정도로 늘어난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정부는 이런 계획에 따라 올해 4대 연기금에서 3조8천억원, 그외 연기금에서 2조∼3조원을 추가로 증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투자확대 찬반논쟁 =찬성하는 사람들은 두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은 무엇보다 고위험 상품과 저위험 상품을 조화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 연기금은 저위험-저수익에 편중돼 있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투자 행태는 달성 가능한 수익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모럴 해저드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장기.안정적인 투자패턴을 구사하는 연기금과 보험회사의 투자가 늘어나야 주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노후생활에 대비해 매달 꼬박꼬박 적립하는 사회보장적 기금이고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마찬가지 성격이다.

위험도가 높은 주식 투자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특히 증시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면 대규모 투자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아울러 연기금의 자산운용은 각각의 운영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는데 정부가 나서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