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락가락 대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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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는 11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대책반 출범을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두장의 메모지를 꼭 쥐고 있었다.
거기엔 임나일본부설과 군대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대표적 역사왜곡 사례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취재진들은 "드디어 왜곡사실을 꼭집어서 재수정을 요구할 모양"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검토결과가 나와 봐야…"라며 말을 아꼈다.
여론에 밀려 급히 대책반을 출범시켰으나 구체적으로 뭘 요구할지 자신감이 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실제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반은 실무진도 제대로 인선하지 못할 정도로 급조된 인상이 짙었다.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을 분석한 교육부가 대책반을 주도해야 한다''는 외교통상부와 ''외교협상을 책임지는 외교부 소관''이라는 교육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 탓이란 것이다.
일본 왜곡 교과서의 수정이 어려워진 지금 뒷북을 치는 대책반을 맡고 싶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놓고 우왕좌왕하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미온대처를 질타하는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지난 9일 최상룡 주일대사의 소환을 결정하는 강경 카드를 빼들었지만 몇시간도 안돼 "업무차 일시 귀국"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또 10일에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를 거론했다 몇시간도 안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 대사에게 어떤 대책을 지시해 언제쯤 귀임토록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격앙된 국민감정에 떠밀려 대책들을 서둘러 만들면서도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언론이 앞서서 주요대책을 거론하면 이를 부정했다가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면 부인했던 대책을 뒤늦게 내세우는 ''무소신''으로 일관해 왔다.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니 일본 언론들도 최 대사의 소환을 ''내부 여론무마용''으로 평가했고, 일본정부는 "재수정하지 않겠다"며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정부가 백기들고 항복하는 꼴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hankyung.com
거기엔 임나일본부설과 군대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대표적 역사왜곡 사례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취재진들은 "드디어 왜곡사실을 꼭집어서 재수정을 요구할 모양"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한 부총리는 "검토결과가 나와 봐야…"라며 말을 아꼈다.
여론에 밀려 급히 대책반을 출범시켰으나 구체적으로 뭘 요구할지 자신감이 서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실제 이날 정부가 발표한 대책반은 실무진도 제대로 인선하지 못할 정도로 급조된 인상이 짙었다.
''역사교과서 왜곡 내용을 분석한 교육부가 대책반을 주도해야 한다''는 외교통상부와 ''외교협상을 책임지는 외교부 소관''이라는 교육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긴 탓이란 것이다.
일본 왜곡 교과서의 수정이 어려워진 지금 뒷북을 치는 대책반을 맡고 싶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놓고 우왕좌왕하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미온대처를 질타하는 정치권과 여론에 밀려 지난 9일 최상룡 주일대사의 소환을 결정하는 강경 카드를 빼들었지만 몇시간도 안돼 "업무차 일시 귀국"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또 10일에는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를 거론했다 몇시간도 안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바꿨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 대사에게 어떤 대책을 지시해 언제쯤 귀임토록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격앙된 국민감정에 떠밀려 대책들을 서둘러 만들면서도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언론이 앞서서 주요대책을 거론하면 이를 부정했다가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면 부인했던 대책을 뒤늦게 내세우는 ''무소신''으로 일관해 왔다.
정부가 이처럼 오락가락하니 일본 언론들도 최 대사의 소환을 ''내부 여론무마용''으로 평가했고, 일본정부는 "재수정하지 않겠다"며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정부가 백기들고 항복하는 꼴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