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대외요인과 국내 달러공급우위속에 나흘 내리 주저앉았다. 지난 4일 1,365.20원 마감 이후 4거래일만에 무려 40원 가까이 빠졌다.

달러/엔 환율이 좁은 박스권 범위에서 움직인 데 비해 시장에 달러공급이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며 달러매수세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엔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종가낮추기 성격의 개입이 필요가 없어져 당국은 시장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눈치였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나흘 내리 하락하면서 전날보다 9.10원 내린 1,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막판 내림세와 달리 이날은 오름세가 마감을 앞두고 가속화됐다. 1,318원까지 내려선 환율은 달러/엔 환율을 따라 1,320원대로 다시 올라선후 국책은행을 통한 물량이 시장에서 바닥을 드러내자 은행권에서 달러되사기에 적극 나섰다. 2,000만달러 정도의 적은 물량만으로 거래가 적은 가운데 환율은 1,320원대 중반까지 치고 올랐다.

달러/엔 환율에 방향을 맞추는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조정분위기 지속에는 별 이견이 없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이 현재 123∼124엔 범위에서 안정되면 달러/원과의 연결고리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면서 "달러수요가 차갑게 식은 가운데 밤새 뉴욕장의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내일은 1,320∼1,33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매수 파워가 점점 약해지는 분위기를 타고 1,320원을 바닥으로 논하던 사람들이 쏙 들어갔다"라고 전하면서 "달러/엔 환율의 급등우려가 가신 것으로 보이며 1,315∼1,330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손 안대고 코 푸는 하향 안정세 = 지난 5일 공개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통한 환율방어를 선언했던 외환당국은 사흘 내리 종가관리를 통해 환율을 적극 끌어내렸다. 이날은 자연스레 시장흐름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국책은행은 이날 쌍용양회의 외자유치분을 시장의 하향안정심리 유도를 위해 소문내다시피 하며 시장에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시장거래자들은 달러매도(숏) 플레이에 적극 나섰으며 막판 너무 과한 탓에 달러되사기로 황급히 돌아섰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손 안대고 코풀었다"며 "달러/엔 환율도 이날 도쿄에서 박스권에 갇혀 안정되자 당국의 개입구도 역시 이에 맞춰졌다"고 말했다.

◆ 깊어지는 조정세 = 무엇보다 달러/엔 환율이 뉴욕장에서 124.25엔으로 넘어온 이후 제대로 된 상승없이 123.90∼124.10엔대의 극히 적은 범위에서 움직인 것이 환율의 하향안정에 적극 기여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나스닥 급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4.39% 상승한 1만3174.93엔로 마감했다.

동남아 통화도 국내외 증시상승 기반으로 동반 강세를 보였다.

역외세력은 뉴욕장에서 달러/엔보다 미 증시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영하며 1,328/1,329원에 마감했으며 서울장에서도 초반 매도세를 이어가다 달러/엔이 정체되자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업체들은 이날 기준율보다 아래쪽에서 환율이 움직였음에도 심리적으로 다급해진 탓인지 네고물량을 내놔 환율하락세를 도왔다. 결제수요는 그다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시장관계자는 "대외여건과 국내 수급상 하향조정세에 무게가 실렸다"면서 "달러/엔의 운신폭 정도가 중요하지만 시장대응이 후행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정분위기가 깊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이날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달러/엔 환율하락과 NDF환율이 1,320원대로 내려선 것을 반영, 전날보다 무려 8.10원이나 낮은 1,326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직후 1,327.80원으로 소폭 올랐으나 국책은행을 통한 쌍용양회 외자유치분이 유입되고 은행권과 업체들이 물량을 내놔 아래쪽으로 주저앉았다. 달러화는 한때 1,319원까지 폭락했지만 주로 1,323원대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1,323.2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감했다.

오후 들어 1,322.80원에 거래를 재개, 이후 1,320원대 초반에서 머물렀으나 은행권의 롱포지션 정리매물이 급증해 1,31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310원대 후반에서 머물던 환율은 물량이 바닥나면서 은행권의 달러되사기가 진행되며 1,32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장중 고점은 1,327.80원, 저점은 1,318원으로 변동폭은 9.80원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2,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전날 1,326억원의 순매도를 보였으나 이날 1,881억원의 순매수로 전환했다. 코스닥에서는 전날에 이어 순매수를 이어 71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2억2,2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2,9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1억300만달러, 6억9,0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22.50원으로 결정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