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영취산 '진달래'] '누구의 입술인가' 연분홍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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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름인가.
햇볕이 황사에 갇혔는지 봄이라고 하기에는 더운 편이다.
꽃달력으로는 분명 봄이다.
남쪽에서 번져 올라오는 꽃에는 차례가 있다.
마지막 겨울의 찬바람 끝에 동백이 지나가면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틔운다.
벚꽃이 와르르 피었다 떨어질 무렵 진달래가 벌겋게 산야를 덮는다.
도심에선 탐스럽게 핀 목련에서 그 봄의 절정을 확인한다.
진달래를 보러 간다.
전남 여수의 영취산(5백10m)으로 향한다.
매년 이맘때면 한바탕 유명세를 치르는 진달래 명산.
5~20년생 진달래가 무리지어 펼쳐내는 분홍빛 색물결이 전국 최고다.
오로는 길은 여럿이다.
봉우재를 기점으로 흥국사 임도 상암동쪽 길이 열려 있다.
흥국사쪽 길을 택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를수 있는데다 갑작스레 열리는 푸른 하늘 아래의 분홍색채가 더욱 찬란한 코스다.
흥국사 매표소 앞 홍교(보물 563호)를 지난다.
인조 17년(1639년) 화강석으로 만든 무지개다리.
돌쌓음이 치밀하고 단단해 보인다.
툭 튀어나온 이맛돌 양끝 단면에 새겨진 도깨비형상이 오히려 귀엽다.
도깨비형상은 홍교 아래쪽으로도 돌출돼 사기(邪氣)의 흐름을 단속하고 있다.
흥국사 경내 벚꽃길이 화려하다.
천왕문과 봉황루를 지나 대웅전(보물 396호) 앞에 선다.
후불탱화(보물 578호)로도 유명한 대웅전은 빛바랜 단청에 오랜 역사를 담아 내고 있다.
대웅전 옆 큰 목련을 지나 계곡길로 들어선다.
진달래를 보기 위한 준비산행이다.
길은 새순이 파릇하게 돋아 있는 나무사이로 아기자기하게 나 있다.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진달래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아껴둔 것일까.
계곡길을 따라 40분 뒤 봉우재의 활짝 열린 하늘 위로 탄성이 퍼진다.
오른편 405m봉 사면이 온통 분홍빛이다.
역광으로 비친 아침햇살이 꽃에 퉁겨 일제히 들고 일어선다.
바닷물에 부서져 팔딱이는 햇살을 보는 것 같다.
후광처럼 둥그렇게 분홍색조가 번져 오른다.
중앙에 널따란 길이 나 있다.
타오르는 불꽃속을 걷는 것 같다.
405m봉 정상.
또 한번 입이 벌어진다.
439m봉 사면에 깔린 진달래무리는 더 찬란하다.
정상쪽 검은 바위덩이와 어울려 더욱 또렷한 색조를 드러낸다.
먼 능선도 물감을 뿌린 듯 곳곳이 분홍빛이다.
햇살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꽃잎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 것처럼 분홍색조가 숨을 잃는다.
찬란한 봄날 진달래의 화사한 색조를 즐기려면 반드시 햇살을 마주할 일이다.
사방의 전망도 시원하다.
멀리 남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봉우재.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라 쓰인 자연보호 문구가 눈에 띤다.
그렇게 멋들어진 표현은 보지 못했다.
예의 바르면서도 호소력이 있다.
손에 힘을 주어 빈 물병을 확인한다.
고개를 들어 영취산 정상을 올려 본다.
정상부의 도솔암이 진중한 자세로 남녘을 향하고 있다.
건너 450m 봉까지의 능선은 누런 억새밭, 그 너머에 또다른 진달래군락이 기다리고 있다.
그쪽으로 갈 차례다.
여수=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햇볕이 황사에 갇혔는지 봄이라고 하기에는 더운 편이다.
꽃달력으로는 분명 봄이다.
남쪽에서 번져 올라오는 꽃에는 차례가 있다.
마지막 겨울의 찬바람 끝에 동백이 지나가면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틔운다.
벚꽃이 와르르 피었다 떨어질 무렵 진달래가 벌겋게 산야를 덮는다.
도심에선 탐스럽게 핀 목련에서 그 봄의 절정을 확인한다.
진달래를 보러 간다.
전남 여수의 영취산(5백10m)으로 향한다.
매년 이맘때면 한바탕 유명세를 치르는 진달래 명산.
5~20년생 진달래가 무리지어 펼쳐내는 분홍빛 색물결이 전국 최고다.
오로는 길은 여럿이다.
봉우재를 기점으로 흥국사 임도 상암동쪽 길이 열려 있다.
흥국사쪽 길을 택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를수 있는데다 갑작스레 열리는 푸른 하늘 아래의 분홍색채가 더욱 찬란한 코스다.
흥국사 매표소 앞 홍교(보물 563호)를 지난다.
인조 17년(1639년) 화강석으로 만든 무지개다리.
돌쌓음이 치밀하고 단단해 보인다.
툭 튀어나온 이맛돌 양끝 단면에 새겨진 도깨비형상이 오히려 귀엽다.
도깨비형상은 홍교 아래쪽으로도 돌출돼 사기(邪氣)의 흐름을 단속하고 있다.
흥국사 경내 벚꽃길이 화려하다.
천왕문과 봉황루를 지나 대웅전(보물 396호) 앞에 선다.
후불탱화(보물 578호)로도 유명한 대웅전은 빛바랜 단청에 오랜 역사를 담아 내고 있다.
대웅전 옆 큰 목련을 지나 계곡길로 들어선다.
진달래를 보기 위한 준비산행이다.
길은 새순이 파릇하게 돋아 있는 나무사이로 아기자기하게 나 있다.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진달래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아껴둔 것일까.
계곡길을 따라 40분 뒤 봉우재의 활짝 열린 하늘 위로 탄성이 퍼진다.
오른편 405m봉 사면이 온통 분홍빛이다.
역광으로 비친 아침햇살이 꽃에 퉁겨 일제히 들고 일어선다.
바닷물에 부서져 팔딱이는 햇살을 보는 것 같다.
후광처럼 둥그렇게 분홍색조가 번져 오른다.
중앙에 널따란 길이 나 있다.
타오르는 불꽃속을 걷는 것 같다.
405m봉 정상.
또 한번 입이 벌어진다.
439m봉 사면에 깔린 진달래무리는 더 찬란하다.
정상쪽 검은 바위덩이와 어울려 더욱 또렷한 색조를 드러낸다.
먼 능선도 물감을 뿌린 듯 곳곳이 분홍빛이다.
햇살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꽃잎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 것처럼 분홍색조가 숨을 잃는다.
찬란한 봄날 진달래의 화사한 색조를 즐기려면 반드시 햇살을 마주할 일이다.
사방의 전망도 시원하다.
멀리 남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봉우재.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라 쓰인 자연보호 문구가 눈에 띤다.
그렇게 멋들어진 표현은 보지 못했다.
예의 바르면서도 호소력이 있다.
손에 힘을 주어 빈 물병을 확인한다.
고개를 들어 영취산 정상을 올려 본다.
정상부의 도솔암이 진중한 자세로 남녘을 향하고 있다.
건너 450m 봉까지의 능선은 누런 억새밭, 그 너머에 또다른 진달래군락이 기다리고 있다.
그쪽으로 갈 차례다.
여수=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