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4월.

외식문화가 발달한 이 나라의 식당가는 유난히 부산스럽다.

이제 8년째를 맞은 싱가포르 푸드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세계 미식가들을 불러모았다.

지난달 30일부터 한달간 싱가포르 곳곳에서 진행되는 축제는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날이 갈수록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 퓨전요리의 향연 =부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뚫고 일행들과 페라나칸(중국과 말레이 혼혈민족) 거주지역인 탄종파가의 "블루진저"를 찾았다.

이름처럼 블루진저향이 배어나는 아늑한 페라나칸 전통 레스토랑이다.

"오탁오탁"과 "비프라당" 등 낮선 요리들이 식탁을 채운다.

오탁오탁은 익힌 생선과 새우, 칠리 등을 버무려 바나나 잎으로 싼 것.

비프라당은 생강과 레몬, 카레 등으로 양념한 쇠고기다.

맵고 구수한 뒷맛이 생경하지 않다.

디저트는 "첸돌".

두리안(과일의 종류), 코코넛 밀크, 팥을 넣어 만든 팥빙수다.

두리안의 감칠맛과 팥알갱이의 달콤함이 시원하게 어우러진다.

싱가포르 푸드페스티벌은 퓨전요리의 향연이다.

특히 페라나칸 요리는 싱가포르 음식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푸드페스티벌의 필수코스다.

다양한 민족문화가 엮이면서 생겨난 독특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 다채로운 이벤트 =이튿날 아침 주롱새공원으로 향했다.

"새와의 아침식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홍학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입구에서부터 맞아준다.

공원 가운데 뷔페식 인도요리가 준비되고 있었다.

달걀 흰자만으로 만든 스크램블과 카레소스를 얹은 팬케이크 "로티프라타" 등이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샤프란 향기가 들어간 아몬드밀크 "바담"도 담백하다.

식사도중 새들의 아기자기한 공연이 펼쳐진다.

식사후에는 새와 함께 사진도 찍고 새 운수점도 볼 수 있다.

독특한 요리 못지 않게 기발한 이벤트가 제공되는 것이 싱가포르 푸드페스티벌의 특징이다.

특히 동물과의 이벤트가 많다.

매주 금요일 펭귄 퍼레이드에서는 팽귄과 함께 하는 해산물 뷔페가 열린다.

"오랑우탄과의 티타임" "사자와의 점심"도 인기 높은 코스다.

<> 세계 각국의 음식 =오후 7시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나이트 사파리에서 축제가 이어진다.

아프리카 타악기인 마리마바 연주가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고기스튜요리가 화덕에서 끓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요리사가 치킨 타조 사슴 스튜요리를 잇따라 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아프리칸 샐러드가 뒤를 따른다.

27일과 28일에는 트램(사파리 관람차)에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달빛이 투영된 셀레타 호수의 야경이 일품이다.

싱가포르 푸드페스티벌은 아시아는 물론 멀리 유럽 남미 아프리카의 음식까지 끌어모은다.

뉴오타나호텔의 센바주루레스토랑에서는 일본의 해산물 요리를, 리버워크의 블루랍스터에서는 캐나다산 굴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파 이스트 스퀘어에서 한국 태국 이집트 등 각국의 결혼피로연 음식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싱가포르=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