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여의도가 수상하다 .. 김병주 <서강대 경제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병주 < 서강대 경제학 교수.국제대학원장 >
요즘 여의도가 수상하다.
민생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개헌논의를 앞세우는 국회가 수상하다.
이런 저런 대형 악재가 몰려 각종 연기금 자금을 삼키고도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 증권가 주변도 수상쩍다.
이에 뒤질세라 금융감독기구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기구 개편논의가 어찌 불거져 나왔나.
지난해 금융비리사건에 금감원 고위간부의 연루혐의가 짙어지면서 개편 당위성이 힘을 얻었다.
회고하기도 지겨운 일이지만 97년 금융개혁위원회 시절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슈는 세계적 금융 겸업화 추세, 선진제국의 감독제도 개편작업에 따라 기관별로 분화된 낡은 감독기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과, 이것을 정부 내에서 정치권 등 외부압력으로부터 중립성 유지에 적합한 부서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기본 취지는 금융권에 양질의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환란의 높은 파고는 당시 여러 갈래의 반대여론을 매몰시키고 입법화할 수 있었다.
98년 4월1일 금감위 출범 3년여만에 감독기구가 수술대에 올랐다.
무엇이 잘못됐던가.
필자는 금개위를 주관했던 한 사람으로 책임을 느끼며 그간의 문제점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우선 당시 금개위안이 금과옥조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입법과정에서 한은법과 마찬가지로 감독제도 개편법도 관료의 손길에 의해 여기 저기 치명상을 입었다.
둘째로 정부 내에서 국무총리실 산하가 외압 안전지대라는게 착각으로 드러났다.
관치의 본산 재경부로부터 먼 곳을 찾아 설치하고 보니 그곳은 안전지대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셋째로 감독기구가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떠맡아 고유업무인 건전성 규제와 상충되는 지시를 금융기관에 내리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넷째로 공적자금 투입 후 대다수 은행이 국유화돼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도록 여건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제도운영 주체인 사람 선정의 잘못이다.
금개위 안팎의 개편 반대론자들이 변신해 신감독기구 최고위자리들을 독차지하던 제1기, 능력부족ㆍ금융억압ㆍ의혹사건 연루 등으로 평판 났던 제2기에 이르기까지 감독기구는 부적격 인사들의 독무대였다.
제3기의 평가는 미루기로 한다.
한마디로 그간 금감위(원)는 금융은 물론 기업경영에까지 무소불위의 권능을 누렸다.
요즘 금융권은 과잉 감독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면 거론되고 있는 개편안은 어떠한가.
금감위와 금감원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5명의 정부위원 외에 민간위원을 8명으로 늘린 의사결정기구를 두고 금감위 사무국은 폐지한다는 것이 개편원안이다.
추가로 금감위와 금감원의 분리방안, 현체제 유지방안,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을 통합한 정부조직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제를 바로 짚고 올바른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가.
개편작업을 추진하는 정부도,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저항하는 금감원 직원도 문제의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금융기구는 유능한 회계ㆍ법률ㆍ금융전문가들의 모임이어야 한다.
전문가 조직이어야 하는 감독원에 노조활동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나라는 하늘 아래 한국이 유일하다.
감독기구의 중추인 금감위는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활성화돼야 한다.
당연직이 대다수인 금감위에 민간위원을 두는 것은, 공익과 피감독 금융기관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관료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다.
점차 그 취지를 퇴색시키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정부조직법 부칙개정(99년 5월)이래 금감위 조직이 민간위원도 모르게 고쳐지고, 공무원 인원이 야금 야금 늘어 비대화되고 있다.
설치 초기에 재경원 관료의 이직과 감독직 전문화는 필요 불가결했다.
그러나 금감위를 공무원의 보직순환 대상기구로 삼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금융은 미증유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인가.
관료들이 그 틈에 금감원 무력화, 관료조직 비대화를 획책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감독기구개편은 정치권 등 외압차단장치 강화, 민간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서비스 소프트화, 금감위의 의사결정기능 활성화, 금감원 직원의 전문성ㆍ공정성ㆍ성실성 제고 등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pjkim@ccs.sogang.ac.kr
요즘 여의도가 수상하다.
민생문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개헌논의를 앞세우는 국회가 수상하다.
이런 저런 대형 악재가 몰려 각종 연기금 자금을 삼키고도 종합주가지수가 500선에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는 증권가 주변도 수상쩍다.
이에 뒤질세라 금융감독기구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기구 개편논의가 어찌 불거져 나왔나.
지난해 금융비리사건에 금감원 고위간부의 연루혐의가 짙어지면서 개편 당위성이 힘을 얻었다.
회고하기도 지겨운 일이지만 97년 금융개혁위원회 시절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슈는 세계적 금융 겸업화 추세, 선진제국의 감독제도 개편작업에 따라 기관별로 분화된 낡은 감독기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과, 이것을 정부 내에서 정치권 등 외부압력으로부터 중립성 유지에 적합한 부서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기본 취지는 금융권에 양질의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환란의 높은 파고는 당시 여러 갈래의 반대여론을 매몰시키고 입법화할 수 있었다.
98년 4월1일 금감위 출범 3년여만에 감독기구가 수술대에 올랐다.
무엇이 잘못됐던가.
필자는 금개위를 주관했던 한 사람으로 책임을 느끼며 그간의 문제점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우선 당시 금개위안이 금과옥조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입법과정에서 한은법과 마찬가지로 감독제도 개편법도 관료의 손길에 의해 여기 저기 치명상을 입었다.
둘째로 정부 내에서 국무총리실 산하가 외압 안전지대라는게 착각으로 드러났다.
관치의 본산 재경부로부터 먼 곳을 찾아 설치하고 보니 그곳은 안전지대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셋째로 감독기구가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떠맡아 고유업무인 건전성 규제와 상충되는 지시를 금융기관에 내리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넷째로 공적자금 투입 후 대다수 은행이 국유화돼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도록 여건이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제도운영 주체인 사람 선정의 잘못이다.
금개위 안팎의 개편 반대론자들이 변신해 신감독기구 최고위자리들을 독차지하던 제1기, 능력부족ㆍ금융억압ㆍ의혹사건 연루 등으로 평판 났던 제2기에 이르기까지 감독기구는 부적격 인사들의 독무대였다.
제3기의 평가는 미루기로 한다.
한마디로 그간 금감위(원)는 금융은 물론 기업경영에까지 무소불위의 권능을 누렸다.
요즘 금융권은 과잉 감독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면 거론되고 있는 개편안은 어떠한가.
금감위와 금감원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5명의 정부위원 외에 민간위원을 8명으로 늘린 의사결정기구를 두고 금감위 사무국은 폐지한다는 것이 개편원안이다.
추가로 금감위와 금감원의 분리방안, 현체제 유지방안,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을 통합한 정부조직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제를 바로 짚고 올바른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가.
개편작업을 추진하는 정부도,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저항하는 금감원 직원도 문제의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금융기구는 유능한 회계ㆍ법률ㆍ금융전문가들의 모임이어야 한다.
전문가 조직이어야 하는 감독원에 노조활동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나라는 하늘 아래 한국이 유일하다.
감독기구의 중추인 금감위는 명실상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활성화돼야 한다.
당연직이 대다수인 금감위에 민간위원을 두는 것은, 공익과 피감독 금융기관의 입장을 대변함으로써 관료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다.
점차 그 취지를 퇴색시키는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정부조직법 부칙개정(99년 5월)이래 금감위 조직이 민간위원도 모르게 고쳐지고, 공무원 인원이 야금 야금 늘어 비대화되고 있다.
설치 초기에 재경원 관료의 이직과 감독직 전문화는 필요 불가결했다.
그러나 금감위를 공무원의 보직순환 대상기구로 삼고 그 수를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금융은 미증유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인가.
관료들이 그 틈에 금감원 무력화, 관료조직 비대화를 획책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감독기구개편은 정치권 등 외압차단장치 강화, 민간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서비스 소프트화, 금감위의 의사결정기능 활성화, 금감원 직원의 전문성ㆍ공정성ㆍ성실성 제고 등의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pjkim@ccs.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