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 등을 규정한 의사 윤리지침 초안을 준비하면서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또는 대리인이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30조2항)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이는 사실상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란 해석을 낳으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락사는 △네덜란드에서 합법화된 것처럼 말기 암 등 회복불능 환자에 대해 독극물 투여 등으로 사망케 하는 적극적 안락사 △고통을 줄이는 의료조치로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하는 간접적 안락사 △죽음의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고 방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 등 3가지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고통과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사는 환자의 생명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해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의협윤리위원회 위원인 이윤성 교수(서울대 의대)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를 계속 해 사망시기를 1~2주 늦추는 낭비적인 행위를 피하자는 것이지 안락사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장로회신학대학 임성빈 교수 "생명에 관한 것은 인간의 자율적인 선택사항이 아니다"며 "어떤 형태라도 안락사가 허용될 경우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이를 오용할 소지가 있는데다 자칫 무분별한 생명경시풍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윤리지침안은 회원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위한 초안이라며 공청회 등을 통해 반대의견이 많으면 해당 내용을 지침에서 삭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