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가 안개에 싸여 있는 가운데 비관론과 낙관론이 한 차례씩 세계 증시를 흔들었다.

리만 브러더스의 댄 나일즈는 올해 반도체경기가 사상 최악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 지난 10일 종합지수를 28개월중 최저로 떨어트렸다.

12일 국내 증시는 반대 편으로 쏠렸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조나단 조셉이 투자의견을 올려 뉴욕 반도체주가 급등한 데 동조한 것.

이날 외국인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수에 나서면서 옵션 만기 매물을 거뜬히 소화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틀 연속 올라 510선을 뚫고올랐고 코스닥지수는 68선을 회복했다.

대신증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미 증시와 환율 등 대외변수가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외국인이 국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상승장을 향한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종합지수가 단기간 내에 20일 이동평균선인 520선을 상향 돌파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도 이같은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미 증시의 안정을 바탕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지된다면 단기간내에 520선 돌파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단기간은 일주일 정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관계자도 ''어디까지나 외부 충격이 없다''는 조건을 전제하고 있다. 결국 뉴욕이 흔들릴 경우 어떤 전망이나 기대도 유효하지 않다.

◆ 뉴욕, ''분기점'' 통과할까 = 나스닥 시장의 최근 강세는 미더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반도체주 강세는 지난해 7월 반도체경기 악화를 들고 나왔던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조나단 조셉의 투자보고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그가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상회로 높인 근거는 희박하다. 조셉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만큼 최악"이라며 바닥론을 제기했다. 조셉의 입장은 이처럼 조심스러웠지만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매수 주문을 내기에 바빴다.

모토롤라도 앞서 월요일 15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도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야후는 지난 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87% 격감했다고 발표했다. 또 세계 최대 저장장치 업체 EMC는 이번 분기 수익이 하향조정한 전망에도 못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증시의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속단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12일 미 증시는 오는 금요일 휴장 및 GE, 다우존스, 애보트 러버러토리즈, 바이오젠 등 블루칩과 바이오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주 나온 실적악화를 되돌아볼 지, 아니면 실적발표가 예정된 기업에 건 매수세를 이어갈 지 주목된다.

◆ 국민, 주택은행 합병 효과 반감 = 주택은행은 이틀 연속 합병 호재를 이어간 반면 국민은행은 강보합에 머물렀다. 주택은행은 전날보다 900원, 5.10%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50원, 0.37%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업종지수도 전날보다 0.91%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신한은행은 전날보다 200원, 1.83% 상승하며 은행주 강세에 동승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150원, 2.60% 급락하며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반면 증권업종과 보험업종이 3.32%, 3.17% 상승하며 주도주로 부각됐다.

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두 은행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전날 상당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에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면서 "합병 비율 외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실망감도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의 개입으로 마지못해 합병 협상을 매듭짓는 등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다"며 "시장이 합병을 대단한 호재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