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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길의 미식가 .. 박은주 <김영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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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rl@gimmyoung.com

    "나는 길의 감식가야.세상의 모든 길을 맛볼 거야"

    영화 ''아이다호''에서 남자주인공이 긴 방황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중얼거리는 대사다.

    길에 대한 집착을 이토록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 있을까.

    나는 로드무비를 좋아한다.

    길 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로드무비가 아닌가.

    그래서 어떤 사람의 삶을 이야기할 때 탄탄대로를 걸었다고 표현하기도 하고,가시밭길을 걸었다고도 한다.

    때로는 외길을,때로는 굴곡 많은 길을 걸었다고 비유한다.

    어떤 길을 가는 게 잘가는 거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세상에 나온 이상 이왕이면 여러가지 길을 걸어보고 체험하는 게 의미있지 않을까.

    삶의 깊이가 체험의 깊이라면,고통도 외로움도 겪어내고 나면 다 귀하고 소중한 삶의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길을 맛보고 싶다는 그 남자주인공의 말에 공감한다.

    실제로도 길은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시원스레 쭉 뻗은 아스팔트길에는 자신감이,험한 산비탈을 깎아 만든 흙길에는 모험과 의지가,구불구불한 오솔길에는 사색과 그리움이 있다.

    정직한 길도 있고 유머러스한 길도 있다.

    종로2가 북쪽에 있는 인사동 뒷골목은 알 수 없는 사람의 속마음 같은 길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길이라서 맞은편에서 누가 오면 몸을 한 쪽으로 틀고 비켜 서 있어야 한다.

    비가 와도 그 골목에선 우산을 아예 접는 게 편하다.

    그 좁은 길이 마치 미로처럼 연결돼 있어 따라가다 보면 길이 막히고 길이 없을 것 같은데도 또 가다보면 엉뚱하게 길이 열린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의 숨바꼭질을 벌이듯 이 길을 처음 들어선 사람은 길과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자꾸 요리조리 더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귀하고 곱게 자라 맺힌 것 하나 없는 그런 멀쑥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뭔가 많은 사연과 깊이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그래서 자꾸 탐색하고 싶어지는 사람같은 길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뒷골목을 인사동 최고의 명물로 꼽는다.

    도심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혹 이 길을 잃게 되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그 맛있는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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