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

연기금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데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이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 문제를 생각해 보고 싶다.

연기금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연기금은 안정성이 중요하므로 위험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토록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하나고 두번째는 정부가 단기적인 주가부양을 위해 연기금을 인위적으로 동원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 구조와 관련하여 각계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과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높아져 국내시장이 외국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기관투자가를 육성해 수요기반을 확고히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기관투자가는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분석력이 높고 자금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하락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급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시장에 참여토록 하는 것도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통해 증시수급구조와 체질을 개선하고자 하는데 있다.

기관투자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선진 외국증시를 보더라도 기관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연기금 비중이 20%를 넘어서 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다.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곤란하다고 한다면 이는 또한 자기모순일 것이다.

물론 연기금이 자산운용을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자산운용수단이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나 성실한 자산운용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연기금도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는 자산운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는 허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투자는 악이고 국공채나 은행에 예치하는 것은 선으로 여겨지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또 연기금이 증시에 투자하게 될 경우 기관투자가로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는 주식가치를 결정하는데 20∼30%의 영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의 이해관계에 초연한 연기금의 주식시장 참여는 기업감시기능에도 효과적일 뿐더러 기업과 시장의 건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연기금 주식투자에 대한 논란은 "옳고 그르냐"의 차원보다는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성있는 투자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금융의 증권화가 심화되어 다양한 상품이 출현하고,시장도 다변화되는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거니와 2010년이면 2백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현재 60조원 수준)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국공채나 은행예치에만 편중되게 운용된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정부는 연기금의 증시참여를 추진하면서 외부전문가에게 운용을 위탁하는 방안, 원본보전상품의 제시,기금내부의 위험관리 강화등 효율적인 자산운용 방안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

선진증시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꾸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금융기관에 대해 순매수를 강요하거나 발권력을 동원하는 등 온도계에 불을 때는 식의 근시안적이고 인위적인 단기부양책을 쓰던 과거의 시책과 전혀 다른 것이다.

연기금의 자산운용을 선진화하고 증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지 당장의 시장부양이나 안정을 위해서 추진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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