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 노동부 장관 >

지난 2월 실업자수가 다시 1백만명을 넘어섰다.

겨울철 일감부족,졸업시즌 같은 계절적요인에다 구조조정 등 경기적 요인이 겹친 탓이다.

외환위기 직후처럼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아니지만 대량실업이라는 뼈아픈 고통을 겪은 뒤끝이라 지금의 고용사정은 정부는 물론이고 가계나 기업 모두에게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한데도 3D업종 등 중소제조업체에서는 계속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시장정보망(Worknet)을 보아도 임금이나 근로형태 등 구인.구직자간 눈높이 차이로 비어있는 일자리가 7만개나 된다.

이처럼 우리의 노동시장이 불균형 구조를 갖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해답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구직자의 취업 눈높이 문제이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에는 조금 눈높이를 낮춰 차선책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얼마전 성공적으로 실업을 극복한 분들로부터 실업극복 경험담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방의 상업고를 졸업하고 20년 넘게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분의 경우 그간의 부채를 퇴직금으로 메꾸고 무일푼 상태에서 직장을 구하였으나 실패를 거듭해 급기야 노숙자로 용산역에서 끼니를 때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을 오히려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다.

직업훈련과정을 이수하고 구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마침내 계약직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기능대학에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는 현상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구인자로서 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다.

대체로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보수나 복지수준이 낮은 기업을 구직자들은 기피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업체 관계자들은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고 설사 입사하더라도 1주일도 안돼 나가는데 이럴바에야 외국인 취업연수생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임금이 싸고 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것은 당장은 득이 될지 몰라도 멀리보면 결코 바람직스런 일은 아니다.

오히려 중소제조업은 국가적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풀뿌리라는 생각을 갖고 취업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도 국민경제의 기반이 되는 중소제조업체에 대해서는 구조개선과 작업환경 개선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다.

이와함께 구직자들의 중소제조업 취업을 촉진하는 시책도 병행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인력이 부족한 업체에 취업알선을 받았는데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2회 거부하는 경우에는 실업급여 지급을 정지하고 있다.

반면에 실업급여를 받고있는 기간중이라도 인력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남은 실업급여액 전액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요컨대 실업자는 최대한 빨리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하고 사업주는 유능한 인재가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매력 있는 직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실업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