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주춤거리는 반면 스웨덴의 모바일밸리가 뜨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정보통신 혁명을 이끌며 고성장을 구가하던 실리콘밸리가 경기침체와 닷컴기업 몰락으로 최근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밸리는 무선 통신기술의 세계적인 혁신거점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뜻하고 햇살 좋은 샌프란시스코와 춥고 어두운 스톡홀름의 날씨와는 오히려 반대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실리콘밸리=실리콘밸리 닷컴기업들의 80%가 내년까지는 사라지고 3만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수ㆍ합병 시장에서는 매물이 폭주할 정도다.

이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쳐 이미 중심가 건물 임대료는 작년말에 비해 8%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미국 전체 주(州) 가운데 가장 많은 벤처자본이 몰리는 곳은 단연 캘리포니아였다.

이는 첨단기술 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얼마전 톰슨 파이낸셜 시큐리티스의 분석에서는 이 지역 벤처자본이 완연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올들어 증권 및 채권시장을 통해 유입된 자본은 작년 1ㆍ4분기에 비해 80% 이상 격감했다.

당연히 신생기업들의 기업공개(IPO)도 극히 어려워지고 있다.

◇달아오르는 모바일밸리=미국 산업연구소(IRI)의 연구ㆍ기술잡지 최근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스톡홀름의 모바일밸리는 다른 어느 곳보다 활기 띤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 발머가 ''이동통신의 메카''로 언급했듯 이미 세계적인 무선인터넷 기업들의 집적단지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키스타(Kista)라고 불리는 과학공원(science park) 안팎에서는 MS뿐 아니라 인텔 모토로라 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미국 IT기업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만이 아니라 핀란드 노키아를 필두로 한 유럽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스톡홀름으로 몰려든 IT기업은 전년도 한햇동안보다 1백%나 늘어났다.

벤처자본 유입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벤처캐피털회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미국 벤처자본가들의 사무소 개설 및 확장도 잇따르고 있다.

모바일밸리지역에 있는 기업들의 벤처자본에 대한 접근성이 오히려 실리콘밸리보다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모바일 인프라가 명암 가른다=이런 대조적인 현상을 나스닥 폭락과 미국의 경기침체 또는 IT 수요침체에 따른 여파가 아직 이 지역으로 덜 파급된 탓으로 해석하기만은 어렵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PC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진전되는 정보통신 산업의 변화추세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사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향후 3년내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PC가 아니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바로 다음 차례는 무선통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나 모바일밸리 모두 스피드 유연성 위험감수,그리고 치밀하게 엮어진 혁신생태계 등 ''성공조건''의 측면에서 보면 서로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디에 차이가 있는가.

그 답은 아마도 국제적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평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 IDC는 PC와 인터넷 기술분야의 세계적 리더인 미국이 무선통신과 관련해서는 이미 뒤처지고 있는 반면 스웨덴은 수요기반,인프라,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보다 완전한 모바일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미국 IT기업들이 스톡홀름으로 달려가는 이유를 차세대 모바일 서비스의 비전이 아직 불분명한 미국시장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결국 새로운 모멘텀을 찾고 있는 지금의 실리콘밸리와 다른 것이 모바일밸리에는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본격 전개될 다음의 기술(next wave of technology)에 대한 비전과 확신이라고 볼 수 있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