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이번 방안은 최근 고리대금으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사(私)금융대책의 하나다.

가능한 한 신용불량자를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여 사금융권에서의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신용불량자들과 거래를 다시 트는 과정에서 여신심사 기법을 선진화해야 하는 등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경영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부수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회사 일각에선 사용한도 축소 방안 등이 소비자 권리를 제약하는 등 불합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 시행 단계에서 적지않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신용불량자 증가 조짐 =지난 9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불량자 수가 올들어 증가세로 반전될 조짐이다.

신용불량자는 기업과 개인을 합해 지난 97년말 1백49만명이었으나 99년말 2백53만명을 정점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 작년엔 2백47만명까지 줄었다.

지난 3월13일 현재 2백3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적용된 새로운 신용불량자 등록규정에 따라 이달부터 신규 등록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신용불량자 수가 다시 급증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소득수준 감축의 여파로 작년말 대비 10% 증가한 2백70만명선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과거 기록으로 인해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을 포함할 경우 사실상 신용불량자 수는 3백20만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이중 신용카드 관련 신용불량자 수가 전체 개인 신용불량자(2백2만명)의 30%대를 차지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사전.사후조치를 통한 신용불량자 대책 =금감원의 대책은 크게 사전.사후 조치로 나눠 볼 수 있다.

사전 조치는 카드발급 대상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 남발을 막고 △대금연체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한도를 끌어올려 신용불량자를 사전 차단하는게 주요 내용이다.

연체대금 한도는 현 5만원에서 10만∼20만원 수준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또 카드 사용한도에 신용등급별 차별화제도 도입도 적극 추진된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결제 능력을 감안해 카드 발급 처음에는 월 10만원 수준으로 제한한 다음 사용실적 및 결제현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신용카드사와 협의중이다.

사후 조치로는 △신용불량자의 금융회사 거래 재개와 △신용불량자 기록 삭제(구제 방안)가 추진된다.

은행의 경우 현재 신용등급 5단계까지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이를 8등급까지로 확대하고 대신 가산금리를 붙이도록 했다.

우량 고객에 대한 정보도 적극 활용, 신용대출 적용금리 폭을 현행 9∼13%에서 7∼20%까지 넓히도록 유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신용불량자 삭제 기준을 완화할 경우 약 40만명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경기활성화가 관건 =조흥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는 일제 사면을 해주더라도 재등록 확률이 90%에 이른다"며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해주도록 유도하겠다는 금감원 방침에 은행들이 동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복환 금융감독원 신용정보팀장도 "경기가 활성화돼 금융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지 않고는 신용불량자 대책이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