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나무의 나라다.

한국인만큼 소나무를 알뜰 살뜰히 이용한 민족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가옥 군용선 가구의 목재는 소나무였다.

송화가루로는 다식을 만들고 송순으로는 술을 빚었다.

송기로는 떡을 해먹고 솔잎은 송편을 찌는데 썼다.

송진은 약재로 삼고 굵은 가지는 쳐서 숯을 구웠다.

송진이 오래 묵어 호박이나 밀화가 되면 귀한 패물을 만들었다.

소나무에 대한 생각도 각별했다.

소나무는 장생(長生)의 상징이었다.

산신당의 신목은 거의 다 소나무였다.

임신부가 소나무 밑에 앉아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면 군자의 기품을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고 믿는 ''솔바람 태교''도 있었다.

한국은 ''소나무 문화''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왕조의 육송(育松)정책에는 소나무의 중요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조선초부터 서울의 북악산 인왕산 세검정뒷산 남산은 입산금지구역으로 공포해 철저하게 통제됐다.

조선말에만 해도 궁궐이나 군용선 건조에 필요한 목재충당을 위해 국가가 지정관리하던 봉산(封山)이 전국에 2백82개소, 송전(松田)이 2백29개소나 있었다.

고급재로 황적색을 띤 금강송(金剛松)만 기르는 봉산만도 60여개소나 됐다.

산림청이 최근 강릉과 울진의 국유림 금강송 군락지 두 곳(1천3백80만평)을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복궁 복원에 미국산 소나무를 썼다가 99년 문화재복원 취지에 어긋난다는 감사원의 호된 지적을 받은 문화재청의 요청으로 취해진 조치다.

우선 수령 1백년이 넘은 금강송 1백40그루가 경복궁 복원공사에 공급된다고 한다.

토종 소나무는 대재목으로 쓰려면 60~80년의 세월이 걸리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지만 외국산 소나무보다 단단해 오래간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감사원이 지적했듯 토양이 다른 수입산 목재로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것이 문제다.

뒤늦기는 했어도 ''문화재용 송림''을 집중육성해 문화재 보수 복원용 목재로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목조문화재가 많은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