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기제조업체인 미국의 보잉이 "고공비행"을 위해 힘찬 날개짓을 시도하고 있다.

음속비행을 주도하고 위성통신시장을 장악하는 등 초우량 우주항공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꿈을 실은 날갯짓이다.

장거리가 될게 분명한 이 비행의 준비작업을 진두 지휘하는 맹렬 남은 보잉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콘딧.

그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조직의 체질개선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치겠다는 태세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

최근 그가 잇따라 내놓은 다소 의외의 내용을 담은 발표들은 이런 굳은 개혁 의지를 잘 보여준다.

첫번째 선사한 "놀라움"은 본사이전 소식.

지난달 21일 콘딧은 경영혁신과 비용절감 차원에서 지난 85년간 본거지로 삼아온 시애틀을 떠날 것이라는 갑작스런 발표를 했다.

보다 유리한 고객관리와 자금조달을 위해 민간항공사들이 몰려 있는 미 중부지역으로 둥지를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날 그는 또 여객기와 전투기 미사일 우주선 등 3대 핵심사업부문 책임자를 각각 승진시켜 부문별 CEO로 임명했다.

각자에 독립성을 부여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철저히 묻는다는 신뢰경영 전략이다.

이 발표가 나온지 약 1주일 후.

콘딧은 또 다시 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초대형 여객기 "747x" 개발 계획을 접고 음속의 속도로 나는 중형기 "소닉 크루저"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는 최강 라이벌인 유럽의 에어버스와 차세대 민항기 시장을 놓고 벌인 초반 기싸움에서 패배했다는 걸 시인한 거나 다름없다.

지난해말 에어버스가 5백인승 이상의 초대형 비행기 A380 개발 계획을 내놓자 보잉은 이와 대등한 슈퍼점보기 747x를 선보이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그런데 A380의 예약주문은 60대가 넘게 쏟아진 반면 747x는 한대도 팔리지 않자 콘딧은 과감히 계획을 접고 일찌감치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덩치"를 내세운 에어버스와 "속도"를 앞세운 보잉.

이 양대 업체의 경쟁은 대륙간 항공전쟁이나 마찬가지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엄청난 개발비용으로 인한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 콘딧은 소닉 크루저에 대해 자신 만만하다.

"미래 시장은 점보여객기보다 작고 빠르며 코스 선택이 자유로운 항공기를 원한다"는게 그 자신감의 근거다.

물론 소닉 크루저는 콘딧이 추진하는 "매스터플랜"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가 그리는 궁극적인 그림은 단순한 항공기메이커에서 벗어나 금융서비스 민항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을 포괄하는 "공룡"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이 구상의 실현을 위한 우선 과제는 수익성이다.

경영다각화도 좋지만 매출의 60%을 차지하는 민항기 시장에서 에어버스에 점유율을 뺏겨서는 곤란하다.

에어버스는 지난 5년간 전세계 점유율이 21%에서 50%로 껑충 뛰어올랐다.

또 관료주의의 잔재가 적잖이 남아 있는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로 지적된다.

"보잉호"를 이끄는 콘딧 기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자못 주목된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