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520-3"

한명숙(57) 여성부 장관의 명함에는 여성부 주소가 적혀 있다.

대부분 장관 명함에 "OO부 OOO"이라고만 적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실 주소가 없다는 것은 "필요하면 알아서 찾아보라"라는 권위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한 장관은 "폼잡는" 권위 대신 평등한 눈높이로 "발로 뛰는 행정"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기획 시리즈 "여성이 경쟁력이다"의 일환으로 최근 본사 대회의실에서 마련한 여성계 좌담회에 참석한 한 장관은 여성현안 및 그 해법에 대한 분명한 논리와 방향을 풀어놨다.

본사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이 한 장관의 구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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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부가 출범한지 2개월 반이 지났습니다.

올해 여성부 예산 2백67억원은 부처를 운영하는 예산으론 좀 적어 보이는데요.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 한명숙 장관 =''좀'' 적은게 아니지요.

''굉장히'' 적습니다.

그래서 예비비를 72억원 정도 신청해 놨습니다.

여성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전체 여성관련 예산은 좀 더 늘어납니다.

최우선 과제는 여성인적자원 개발이에요.

그동안 여성문제라 하면 ''피해자''라는 측면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여성인력 육성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가면서 인프라 구축에 힘쓸 계획입니다.

- 인프라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 한 장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여성이 직장과 가정생활을 원활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를 강화하고 보육정책적인 기반을 다지는 일이지요.

출산과 양육은 국가 노동력을 생산하는 일이니 국가가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출산휴가분은 물론 단계적으로 육아휴직분까지도 맡아줘야지요.

여성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정책도 절실합니다.

예컨대 정보통신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만큼 여성들이 관련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요.

- 모성보호관련법이 ''경제논리''의 관점에서 과연 시급한 것이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한 장관 =반대하는 측은 모성보호법안이 통과돼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나면 기업들이 여성고용을 더욱 기피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전체 근로자의 약 5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중 70%가 여성이며 모성보호 부담이 없는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이라고도 하지요.

경제가 어려우니까 좀 미루자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될 때부터 제기됐었습니다.

모성보호 없이 여성 인적자원 개발을 논하는 것은 허구입니다.

- 비용이 가장 부담이겠지요.

△ 한 장관 =늘어나는 출산휴가비용은 기업이 아닌 국가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요.

모성보호법안에는 여성에 대한 ''과보호''조치를 푸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야간근무 시간외근무 등에서 여성을 제외시켜야 한다는 조항들이지요.

이는 기업주에게도 상당한 혜택입니다.

과보호를 풀되 임산부는 확실하게 보호하자는게 핵심입니다.

여성부는 양성평등을 지향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여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안 박사도 ''수혜자''라는 뜻입니다.(웃음)

- 여성 비중이 높은 비정규직의 보호도 함께 추진돼야 할텐데요.

△ 한 장관 =비정규직 보호는 비단 여성계만이 아닌, 노동계의 핵심 현안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게 한 목소리입니다.

여성계로서는 비정규직에도 최소한 모성보호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여성 고학력 실업문제도 심각하지요.

인력 활용을 위한 묘안이 없겠습니까.

△ 한 장관 =통계청 발표를 보면 전문대학 졸업 이상 고학력 여성 취업률이 17.8%에 불과합니다.

여성부는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추진중인 5년 단위의 여성정책기본계획에 따라 여성들이 ''남성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일례로 정부가 IT인력 40만명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중인데 그 중에서 적어도 30%를 여성 몫으로 확보하려고 합니다.

- 여성관련 업무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는데 여성부가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창구가 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 한 장관 =아니지요.

여성부가 모든 업무를 끌어안게 되면 다른 부서에서 처리해야 효율적일 문제들까지 모두 여성부로 떠넘길 가능성이 있어요.

여성부는 예산중복이나 정책중복 같은 비효율을 조정하면 됩니다.

-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인연합회 등 각종 부처 산하에 수많은 여성관련 모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여성모임도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한 장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격별로 관련 부처에서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산자부에 속해 있는 여경협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어깨를 겨루며 자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성부는 여성단체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고충을 들을 것입니다.

- 미국의 경우 이른바 ''마이너''를 위한 배려조치가 많습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위해 할당제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텐데요.

△ 한 장관 =필요합니다.

현재 5급 이상 여성공무원 수는 전체의 3.7%(2001년2월 현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할당제''라는 단어에 반감이 심해요.

그래서 여성부에서는 정부부문에 한해 ''채용목표제''라는 이름으로 배려제도를 만들었습니다.

2002년까지 여성공무원 채용목표 비율을 25∼30%까지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대학교 민간기업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겠지요.

- 의식개혁도 선행돼야겠지요.

△ 한 장관 =맞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부부동반 모임을 할 때 남편들은 잘 나타나질 않아요.

공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관이 임명장을 받을 때 보통 배우자가 동석을 하는데 여성장관으로 남편이 참석한 경우가 내가 처음이라며 화제가 되더군요.

여성들의 자리매김이 여성들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 취임 후 소감이 궁금합니다.

△ 한 장관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각처에서 온갖 주문이 쏟아지는데 인력이나 여러 여건상 한계가 큽니다.

하지만 조급해하는 대신 일단 기둥을 세운 뒤 안을 단계적으로 채워넣으려고 합니다.

정리=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